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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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기반한 이야기다. 어느 날 식수가 마르고, 정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막는다.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각개전투로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삶은 21세기 우리들에게 더 이상 픽션 속에만 머무는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닐 셔스터먼의 《드라이》는 굳이 장르 구분을 하자면 'Young Adult' 줄여서 주로 YA로 불리는 장르에 속한다. 이 속에서는 물리적 연령을 잣대로 청소년 층의 분별력을 단정짓는 대신 그들을 조금 어린 성인이라 칭한다. 런던의 대표적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즈'에서도 YA 코너가 굉장히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본 일이 있다. YA 장르 소설 작품들이 다양한 연령층에게 나날이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YA 장르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딱 하나 꼽자면, 나는 '메시지'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가치관이 명확히 자리 잡지 않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먼저 살아본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다양한 이야기 속에 잘 녹여 전하는 일이 이 YA 장르 작가들이 가져야 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명이라 느낀다(물론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한 통찰을 절로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니 모든 독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드라이》는 등장인물과 그들이 처한 사건을 단순화하거나 미화하는 대신 독자가 그 속으로 훅 빨려들어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 속 세계를 탁월하고 실감나게 그렸다. 예상을 깨는 신선한 사건이 연이어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가운데 그 속에 정성껏 불어넣은 적절한 핍진성을 통해 작품이 탄탄한 이야기로 완성됐다는 인상이다.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익숙한 일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에는 한꺼풀 새로운 렌즈가 덧씌워지게 된다. 그 속에 살던 때에는 견고하게만 느껴지던 일상이 불시에 깨져버리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이 최초 붕괴의 순간은 아찔할 정도지만, 그 잔해를 딛고 서 바라보는 세상은 이제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이런 삶 속의 시련을, 우연히 꾸게 되는 묘연한 꿈처럼 이런 좋은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작품 《드라이》, 더 나아가 YA 장르 소설 전체의 의의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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