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저울의 균형은 아슬아슬하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과 자신의 저울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의 사촌 형이, 혹은 안혜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나’와 남자의 관계는 흔들린다. ‘나’는 안혜리의 “거룩함”에, 남자는 사촌 형이 제공하는 생활비에 빚지고 있다. 두 사람이 빚을 갚을 방법은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뿐이다. 남자는 케이크 장사를, ‘나’는 공부를 하려는 생각도 있지만 어쩐지 요원하다. 두 사람의 삶은 자꾸만 세상과 어긋난다. 이런 어긋남의 이유는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우리는 달콤한 것을 누리고자 하며 쓴 것을 뱉고 싶어 한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 정돈된 것, 좋은 것들을 사랑한다. 반면 추하고 못생긴 것, 더러운 것, 나쁜 것들을 미워한다. 그런데 무언가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는 “나쁘고 더러운 것” 또한 있다. 세상의 균형은 좋은 것의 반대항에 나쁜 것을 가져다놓는다. 드높이 선 빌딩이 있다면 원룸촌이, 일진이 있다면 찐따가, 부유함이 있다면 가난함이 있다. 어느 하나만을 잘라다놓고 구경하거나 소유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