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오지마
오은진 지음 / 문학관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추천의 글

                                                        마광수




 내가 신인의 시집에 추천의 글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인뿐만 아니라 기성 유명시인들의 시집에도 나는 발문 한번 써준 적이 없다. 그런 글은 대개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 가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은진씨의 신선한 시들을 접하고 보니 도저히 추천의 글을 안 쓸 수가 없었다. 기성 시인들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투명하면서도 진솔하고 독자와의 소통이 가능한, 정말 ‘잘쓴 시’였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무슨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신인 시인들의 시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한국의 시인들이 아직도 이상(李箱)의 난해시에 대한 어설픈 미련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난해한 시는 결단코 ‘어려운 시’가 아니라 ‘못쓴 시’이다. 비단 시뿐만 아니라 산문까지도, 나는 읽는 이를 피곤하게 만드는 글 (흔히들 ‘어렵고 심오하다’고 평론가들이 아부를 해대는)은 ‘어려운 글’이 아니라 ‘못 쓴 글’이라는 소신을 갖고서 지금까지 시와 산문을 창작해 왔다.

 오은진씨의 시는 쉽게 읽히기만 할 뿐 아니라 고도의 상징성과 유머와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 또 능청스러우면서도 애교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본성에 솔직하다.

 남자보다 감추는 것을 미덕이자 의무로 아는 여성시인들이, 진부한 센티멘탈리즘이나 어설픈 교훈주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을 나는 자주 목격해왔다. 그러나 오은진씨의 시는 다르다. 명징하면서도 풋풋하고 신선한 관능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우러나온 감동적인 경험의 파편들을 시로 훌륭하게 직조해내고 있다. 한국의 여성시인들은 모름지기 이런 ‘내숭 안 떠는 시’를 창작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신인 데뷔 절차(소위 ‘등단’이라고 하는)가 이젠 달라져야한다고 생각되는 이때에, 나는 자신감 있게 오은진씨를 참신하고 당돌한 신인으로 시단과 독자들 앞에 추천한다.

                                                                       2008.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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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2008-08-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부지런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2008-08-28 21: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꼭 대박나시길... 뭐 이렇게 말씀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니 독자님들께서 알아보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