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2 - 중세 철학의 전문가 박승찬 교수가 들려주는 ㅣ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2
박승찬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작년 가을에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 이야기 1(이후 알.재.그로 씀)>을 접한 이후로, 2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톨릭출판사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락거리곤 했었다.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2권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란 사실을 접하면서 기쁨과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했다.
1. 기대감
이 시리즈의 장점을 뽑자면 책의 제목처럼 알수록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단시간에 섭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면,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내용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던 적이 종종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시켜주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가톨릭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임에도 종교서적이란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이 읽어도 큰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거부감이 들던 사람에게는 호의적인 싹을 틔울 수도 있지 않을까..?
<알.재.그>는 고대에서 중세로의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터라 그런지 더 집중력 있게 몰입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 더 멀게 느껴지는 고대보다는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은 아주 알차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과 상식으로 알아두면 유용할만한 내용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2. <알.재.그>가 다루는 것들
책의 시대적 배경은 '중세'이며, 핵심주제로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다루고 있다. 이성이 배제된 신앙은 광신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우려에 대해 고대부터 진지한 논의가 오고 갔다는 사실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위에 언급한 큰 주제를 기준으로 문화라는 요소가 결합하여 다양한 내용들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책을 읽는 내내 '문화'에 대해 생각하고,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인간이 속한 곳은 어디든 '문화'라는 말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이 문화란 무엇일까? 신께서 마련하신 자연이란 토대에 인간이 흔적을 남긴 것을 문화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조금 더 간단히 표현하자면 '자연과 인간의 경계'로 표현할 수 있다.
3. 유럽의 중세에 대해
유럽의 문화는 그리스도교의 문화로 불러도 무방하다. 수 많은 건축물들과 음악, 미술품들의 예술 작품들이 문화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관용, 약자에 대한 배려, 박애 정신 등 정신문화에도 그리스도교의 정신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중세의 참모습 ]
다수의 사람들에게 '중세'란 이미지는 그렇게 좋지 못하다. 어둡고 음울하며, 인간보다 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본권을 읽다 보면 신의 섭리에 기대어 순종적인 모습으로 사는 인간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인간 고유의 속성인 '이성'의 능력을 맘껏 뽐내며 인간 사회 곳곳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던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문화의 근간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의 거장들의 사상이 반영이 되어 있다.
1권에 등장했던 플라톤과 아우구스티누스와 2권에 등장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는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데아(보편적 일자)로 대변되는 플라톤의 철학은 고대 신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신과 인간과의 수직적이고 직렬적인 관계로,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면이 부각되었다. 즉, 인간이 사는 현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었다.
형상과 질료로 대변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중세의 철학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다 주었으며, 신 중심의 시선에서 인간에로의 전환과 각 개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인류 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제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상의 전환은 인간의 표현, 즉 예술품과 건축물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단순하고 웅장한 미를 강조하는 바실리카 양식에서 로마네스크와 고딕으로의 변화가 바로 그러하다.
그리고 중세를 대표하는 고딕양식에 대해 그동안 갖고 있던 그릇된 인상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글자 폰트 중에 ‘고딕체’는 우리에게 친숙한 글자체이다. 이름만 들어도 각이 진 느낌이 확 와닿는다. 그리고 유럽의 뾰족한 첨탑의 성당들이 연상된다. 고딕양식의 근저에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받은 인간이 무언가를 되돌려 드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4.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
책을 읽다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중세의 대학에 대한 것이다. 중세는 봉건시대였기 때문에 철저한 계급사회가 이뤄지던 때였다. 하지만 배움에 대해서는 모든 이에게 개방적이던 때였다.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위해 대학과 기숙사를 지어주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과 대비가 되었다.
두 번 째로,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은 다름아닌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이었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자연과학 서적들의 영향으로 중동 지역에서는 연금술(Alchemy)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알루미늄, 알칼리, 알코올 등의 앞 글자로 '알AL'이 자리하게 되었다.
5. 맺음
끝으로 정리해 보면 인본주의를 표방하던 유럽의 르네상스 이전에 이미 인간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심어진 중세의 부정적인 인상은, 십자군 전쟁이라든가 마녀사냥으로만 기억되던 유럽의 중세는, 인간의 따스한 마음과 밝은 이성의 힘으로 미래를 향해 약동하던 시대였음을 다시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정말 힘들고 괴로운 현시대를 사는 우리들도 따스한 마음과 시선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