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에 사로잡히다
마시모 첸티니 지음, 김희정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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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한 악마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악령에 사로잡히다』를 접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읽었던 『악마는 존재한다』, 『구마 사제』를 통해 악마의 존재에 대해 나름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존재의 위험성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지키기 위해 예수님께 더 의지해야 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명료한 생각이 깊게 자리잡게 되었다.

앞의 두 책에서는 악마는 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과 악령에 시달린 사람들에 대한 실화, 그리고 악령을 이겨내기 위한 것들을 다룬 것이라면, 이번에 접한 『악령에 사로잡히다』는 악령에 사로 잡힌 다양한 예시들을 구분하여 분석적으로 제시한 책이다. 엑소시스트 영화와 같은 그런 스산함을 기대한 사람에겐 다소 실망일 수도 있겠지만, 부마(악마 들림)에 대한 객관적 제시는 나 자신에 대한 내적 진단과 아울러 타인에 대한 태도에 대한 지침이 되어주었다.

부마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와 비례한다. 하느님을 모르고 살던 사람들에겐, 강력한 영적 존재가 필요했다. 변화 무쌍해 보이는 자연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힘이라고는, 하늘에 절하고 비는 게 전부였던 선사시대와 고대의 사람들로선 최선이었다. 그들이 악령을 맞이한 이유를 주목해 보자.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는 점은, 선사시대의 인간과 현대의 인간과 다를 게 없다.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현재에도 부마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부마된 유형들이 각양각색이긴 하나, 그런 것들을 일렬로 관통하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이 개입되어 있다. 내게 이롭다는 것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채로, 남들보다 우월해 보이고 싶은 마음과 화려한 것에 넋을 잃는 모습들은, 언제든 악마를 맞이할 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부마된 사람들을 다룬 엑소시즘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악마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 때만 부마된 것이 아니란 것도 새삼 깨달았다. 악마의 뜻을 생각해 보자. '참소하는 자, 훼방 놓는 자, 마음을 악하게 하는 자' 등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간단히 정리해보면 '하느님과 인간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자'로 요약할 수 있다. 하느님이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을 하고 있다면, 그 또한 부마된 자로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비방하고 험담하던 내 모습이 스쳤다. 악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바꾸지 않는다면, 정말 큰 화를 입을 것만 같다.

이 책을 읽으면 기도를 드리고 싶어진다. 내 영혼을 위한 기도와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마태오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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