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찾는 이들을 위하여, 살루떼! - 마르지 않는 복음의 기쁨 꼭 읽어야 할 마르티니 추기경 시리즈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지음, 황정은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카나에서의 첫 기적에 대한 언급은 요한복음이 유일하다. 그러면 "왜 카나의 혼인잔치를 기록했을까?", " 요한 복음사가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12구절로 이루어진 이 사건의 전개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렵지 않다.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과방장을 등장시킴으로써 따뜻한 예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 등에 대해 두루 전하고자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늘 접하게 되는 낱말들인 '복음', '포도주'가 지닌 의미는 그동안 생각해 오던 것보다 심오하다. 정말 중요한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는 게 일반적인 신자들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먼저 요한복음서 2장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포도주가 갖고 있는 의미는, 1차적 의미로서 '기쁨, 생동감'을 뜻한다. 그리고 2차적 의미는 '참된 자유'를 의미하는데, 저자인 마르티니 추기경님은 '서로간의 소통을 막는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설명한다. 성모님께서 2장 3절에서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포도주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화적,성경적 상징 속에서, '포도주가 부족하다.'는 것은 늘 무언가가 닫히는 것, 긴장감이 감도는 것, 의심, 슬픔, 불화, 신경질, 말다툼, 염세주의, 타락적인 비판으로 이끄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문 43페이지

그러면 복음은 어떤 의미일까. 쉽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여러가지 의미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복음의 의미를 형성한다고 하는 편이 적당할 것 같다. 'A=B=C'처럼 도식화 할 수도 있고, 순환논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말씀이신 예수님이 오심이 복음이며, 예수님이 하신 말씀도 복음이다. 즉 '인간에게 있어 기쁨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복음의 기쁨을 깨닫고 꾸준히 이를 지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자세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바오로 사도가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이라고 정의한 복음의 기쁨은 하느님이 나에게 말을 건네신다는 것을 아는 기쁨입니다.

본문 69페이지 중

정리하면, 포도주와 복음은 서로 같은 의미를 지닌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차지하는 포도주의 비중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예수님의 성혈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음 속에서 기쁘게 사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자세임을 떠올려 보면, 우린 내적으로 포도주를 늘 채우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포도주는 잔치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매개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마르티니 추기경님의 글은 본질을 지향하며, 그 본질을 쉽게 도출시켜 주어서 받아들이기가 쉽다는 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와의 서신문에서도 느꼈지만, 예수님의 그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이렇게 잘 이해하고 전할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카나에서의 첫 기적'이라는 사건이 지닌 깊고도 다양한 의미를 접할 수 있었다. 앞으로 묵주기도 '빛의 신비'를 바칠 때면 자연스럽게 이 책의 내용들이 떠올려지며, 즐겁게 묵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