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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는 것 같다 ㅣ 시요일
신용목.안희연 지음 / 미디어창비 / 2018년 4월
평점 :
'우리가 태어나 최초로 불화한 사람'이라는 한줄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그리고 내 손을 조금 넘는 책의 크기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지하철에서 꺼내 들고 읽기에 좋은 두께와 무게도, 표지도 제목도 다 마음에 들었다.
일단 구성이 독특하다. 두명의 작가가 시를 선정해서 시의 한구절을 제목으로 글을 쓰는 형식이다. 글의 주제는 '아버지'.
사춘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에게 아빠란, 평생 숙제 같은 존재다.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만, 나에 대한 아빠의 지극한 사랑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어긋난다. 어쩌면 아빠는 항상 올곧게 서 있는데 나만 비틀거리는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 읽히는 글을 좋아한다. 아무리 예쁘고 화려해도 수사가 많은 글 보다는 간결한 글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안희연님의 글이 더 공감이 갔고 잘 읽혔다.
지하철 안에서 울컥하게 만들어서 창피한 상황이 될 뻔했다.
오늘 저녁엔 삐아졸라를 듣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지나가도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는 나를 다 지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70p-
그러니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여, 일어나 걸어라. 그리고 친구여, 당신도 당신의 삶을 그만 일으켜 세우고 뒤돌아 보지 말고 걸어라. 두개의 평행선처럼, 따로 또 같이. -146p-
그래도 속으론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아빠가 잠깐만이라도 살아 돌아와 내 손을 잡아주기를. ‘쓰다 만 초 같은‘ 손이라도 좋으니, 어느 누곧 아닌 아빠가, 단 하나뿐인 나의 아빠 안교진 씨가 누구보다 필요한 날이었다. -154p-
이제 엄마도 젖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자꾸만 서러워지는 봄날이었다. -158p-
아버지와 함께 지렁이를 잡는 소녀의 둥근 저녁처럼, 내게도 아빠 손 위에서 중심을 잡던 날들이 있어 다행이다.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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