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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이후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1
이상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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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지금껏 독일 제 3제국 시기에 자행되었던 만행들이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와 무슨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오히려 일제가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 6.25전쟁등 시간을 통해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희석되고 잊혀져가는 이 상황에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모순적인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우리는 수용소 문제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독일의 제 3제국 시기는 어쩌면 합리화의 극단으로 치달은 서구사회의 무서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은 어쩌면 그들의 문제만이 아닌 인간의 지성에 관한 문제일 수 있다. 그들이 꾸민 교묘한 술책들에 침묵하고, 침묵으로써 동의했던 역사의 과오가 오늘날 '수용소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시금 다가오고 있다. 예술이 세계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어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인가 다시금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것은 역사의 흐름 속에 인간이 위치하고 있고, 예술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가장 세상과 동떨어져 있고, 세상에 대한 우회적인 수단을 취하는 예술이 정치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은 다시금 모순적인 말이 될 수 있지만, 히틀러 시대의 정책들은 예술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인 합리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과오에 대해 그들이 하고 있는 치열한 반성은 그들의 문화적인 힘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이 책에서 얻는 것은 문화와 사회가 불가분의 관계속에서 정치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개별 분석에서 얻는 것이고, 또한 이를 통해 그들 사회의 단면을,현대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지성사의 큰 흐름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이 얇디 얇은 책은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 말한 아도르노의 명제에 대한 반성이며, 깊이 있는 관점으로 우리를 전쟁, 인간, 예술의 문제로 안내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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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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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 신화열풍이 불고 있는 듯 하다. 도대체 멀고 먼 옛이야기처럼 보이기만 하는 신화가 오늘을 사는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주길래 우리는 신화를 공부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를 이윤기씨의 책 “그리스 로마 신화-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시중에 불고 있는 신화열풍의 시발점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고 2권이 출간되어 있는 지금까지도 서점가에서는 베스트셀러의 수위를 다투며 사그러지지 않는 신화열풍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저자의 쉬운 필치로 멀리있는 대상처럼 보였던 그리스·로마 신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에 가장 큰 이유가 있지 않는가 싶다. 그의 설명방식은 전형적인 이야기 서술에 초점을 맞추되 1권의 경우 12개의 테마로 나누어서 이야기와 신화의 테마들에 접근을 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미궁과도 같은 신화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을 위한 아드리아네의 실타래를 풀어가야 한다.(p.10)

이런 점에서 그의 방법론은 무궁무진한 신화의 세계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에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매달 은행에 이자를 갚아야 하는 채무자의 마음처럼, 미술·음악·문학 등의 예술 속에서 모티브처럼 등장하거나, 우리의 수사학 속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던 신화를 지금껏 공부하지 못했던 것은 하나의 부담감이었다. 그러한 마음의 짐은 사뿐히 내려놓고 저자가 제시해준대로 쉬운 길로 나의 실타래를 풀어가고자 한다.

펠리온 산에서 켄타우로스 케이론의 보살핌을 받아자란 이아손이 왕위를 찾아 나서는 길에서 잃어버린 신발 한 짝, 테세우스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가죽신, 달마대사의 무덤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던 신발 한 짝, 신데렐라를 찾는데 단서가 되었던 유리구두, ‘이력서’라는 단어 속에 들어있는 ‘신발’...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가 첫 장인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다. 모두 ‘신발’을 소재로 한, 동서양의 옛이야기이다. 그러면 이 신발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영웅인 이아손은 노파로 변장한 헤라를 여울목너머로 건네드리고, 그 도중에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다. 그러고서는 ‘모노산달로스’의 주인공이 되고, 영웅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잃어버린 신발짝은 이 신화에 이야기 전개에 핵심부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신발은 이아손의 자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신 헤라와의 만남을 통해 이아손의 삶은 수련하는 젊은이, 왕위를 빼앗긴 젊은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에서 왕위를 되찾으려는 사람, 지혜와 힘을 겸비한 사람으로 성숙하는 계기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왼쪽 신발짝-왼쪽만 잃어버렸다는 것은 자아의 완전한 변신이 아니라 연속적인 삶에서의 전환점이라는 뜻일 것이다-은 자신의 과거의 자아였고, 그것이 강물(시간)에 흘러감으로써 자아는 성숙하고, 영웅이 되는 계기를 얻는 것이다.

저자의 성찰은 단순히 신발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는데에서 그치치 않고, 신화 일반의 문제로, 다시 우리자신의 문제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신발이라는 테마에서 볼 수 있듯 신발이 자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신발을 제대로 신고 있는지를 묻는 저자의 질문은 ‘반성적 삶(examined life)’에 대한 성찰을 묻고 있는 것이며, 그 속에 신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더 나아가서 아득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실타래로서 역사 속의 개인의 삶을 반성케하는, 또다른 ‘나’의 모습을 아득하고 먼나라의 옛이야기 속에서 발견하게 됨을 말하는 것이리라.

신화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인지도 모른다. (본문 4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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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가을 우리 시대의 고전 1
요한 호이징가 지음, 최홍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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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호이징가의 책을 알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때였다. 그 때 교수님께서 너무나도 강력하게 추천하셨기에 군대 가기전에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뿔싸! 글자가 너무 작은 것이다.(아직도 옛활자체 그대로인가?) 그래서 제쳐두었다가 주경철씨의 책에서 '중세를 바라보는 가장 시적인 역사서'라는 글을 읽고 그냥 꾹참고 읽어갔고, 정말 시적인 그의 시각에 질리기도 했지만, 책을 덮을 때는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5세기전 세계를 바라보는 중세 후기에 관한 그의 시각은 이제는 독특하다고 할 수도 없을 만큼 고전적인 시각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우리의 세계사 수업시간을 떠올린다면 이제 막 역사서에 입문하는 나같은 초심자에게 그의 시각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중세를 어떻게 배웠던가. '가운데 중'자를 써서 그리스, 로마 문화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 사이에 신이 삶의 중심이 되었고, 교회가 다스린 문화의 암흑기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 호이징가가 다루고 있는 시기는 14,15세기경이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역사에 있어서 시대구분이 소득없는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그 속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이미 그러한 사고방식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리라. 호이징가는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이 시기의 삶을 관조하고 있다. 일반인의 삶, 궁정의 삶, 기사도의 삶, 예술과 예술가의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우리는 엿볼수 있다.

삶이 쓰라릴수록 아름답고자 열망한다. 아름답고자 하는 열망은 삶의 갖가지 형식 속에서 드러난다. 그 형식 속에 그 시대인의 이상이 녹아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 형식에서 역사 속에서 지속되는 틀이 다시금 얽힌다. 역사의 연속성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르네상스인에게서도 중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고, 이 시기의 예술 속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왔던 사고의 지속성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는 것은 시적인 문체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호이징가의 관조적인 시각이 역사를,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너무나도 그윽한 눈길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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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 우리시대의 지성 5-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주경철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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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씨가 쓴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이라는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역사에 대한 배경이 미진하다고 할 수 있는 학부 1,2학년생들이나, 역사가 전공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진지한 역사서들을 개괄해 보고자 하는 일종의 서평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평이라고 해서 녹녹하게 보지는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주경철씨의 소개글만 읽어도 그 책에 대한 대강의 개요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접하게 된 것은, 그의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가 번역한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고, 그가 쓴 브르델의 거대사에 대한 개괄, 즉 브로델에 대한 서평을 읽고 나서였다. 물론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게 된 것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려운 책을 쉽게 읽는 필자의 지혜가 부러웠다고나 할까. 낑낑대면서 졸아가며 겨우 겨우 읽었던 브로델의 책을 그는 커다란 흐름으로 시원시원한 문장으로 그의 역사를 고찰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가 유명한 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제목이 주는 묘한 마술덕에 나는 이 책을 우연히도 집어들게 되었다. 우리 문학과 외국 문학을 읽을 때의 감수성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번역서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심리적 거리. 아리에스 번역서를 읽으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서도 내용을 확실한 그림으로 정리할 수 없었던 것을, 주경철씨는 말끔하게 더욱이 비평까지 곁들여서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개의 역사서들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나는 그의 마법에 단단히 걸려든 셈이다. 이런 책에서 단순히 역사에 대한 저자의 시각만을 살펴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처럼 인문서적들에 관심은 있어도 그 높은 (심리적, 학문적)벽에 부딪혀온 사람들에게 이런 책은 다시한번 동기유발을 시켜줌과 동시에 책을 이렇게 읽어야 겠다는 시각까지 정립할 것을 요구시키는(?) 고마운 책인 것이다.

학문의 벽이 날로 높아져 상아탑안에 갇혀버리고 있는 현상황에서 특히 인문서적의 갈 길은 바로 이런 지식의 '대중화'에도 힘을 쏟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실 너무 많은 서적들이 대중을 겨냥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진정한 깊이를 갖춘 서적을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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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 일상생활의구조 -상 까치글방 97
페르낭 브로델 지음 / 까치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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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브로델의 저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이제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고전이다. 흔히들 노벨상에 역사상이 있다면 그 첫번째 수상자로 브로델을 꼽을 만큼 브로델은 이미 역사연구의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전체 6권으로 되어 있는 번역작업을 주경철 씨 혼자서 해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내용의 방대함과 깊이를 헤아리면서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는 대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5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세계가 어떻게 근대화를 향해 변해가고 있었는가를 살핀다. 1권에서 일상생활의 구조를 살펴보고, 2권에서 시장의 영역, 3권에서 자본주의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그의 시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그 서문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이 그의 유명한 삼분할 체계이고, 또한 세 개의 층위를 가지는 시간 개념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진 이러한 브로델의 체계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브로델 독서가 시작될 것이다.

사실 브로델이 대학생들의 교양을 위해서 쓰여졌다고 말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농담(?)이다.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광대한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서 다시 돌아오고 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또한 브로델의 경제학적인 오리엔테이션 속에서 등장하는 낯선 개념들이 브로델 독서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마냥 교과서식 어투에 익숙해져 있던 나 같은 초보 독자들에게 은유적이며 비유적인 그의 표현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던가. 눈을 부릅뜨며 읽다가도 어느 순간엔가는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때는 다시 한번 만만치 않은 책값을 떠올리며 잠을 깨곤 했던 것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읽어낸 이 책(이제 1부의 두 권을 읽었다)에서 얻은 귀중한 수확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다. 특히 일종의 미시사라고 할 수 있는 일상사의 부분, 특히 3, 4장의 사치에 대한 역사는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다만 읽는 이가 얼마나 상상력을 발휘해가면서 그 수많은 지명들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변하지 않는 듯한 역사, 그러나 서서히 변하는 역사, 그 속의 인간, 문명...그의 일상사 연구는 분명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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