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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심리학
이석원 / 심설당 / 199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음악심리학이 어떤 학문이며 무엇을 하고, 다른 학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쓴다. 아주 초보적인 예들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음악심리학이 무엇인지 그 연구들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준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음악이 기분이 우울할 때 좋더라'식의 태도, '어떤 음악이 생활에 활력을 주더라'식의 태도들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사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음악심리학과 함께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모차르트 이펙트'같은 류의 책을 보실 것)
음악심리학은 생소한 것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고등학교 음악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또하 대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음악수업시간을 기웃거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해할만한 내용들이다. 음악심리학(요즘은 음악의 지각과 인지라고 부른다고 한다)의 음악학 내에서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이 작품이나 작가 중심의 연구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범위를 음악을 수용하는 '청자'에게로 뻗쳤다는 점이다.
이것은 학문의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탈중심'의 자세이다. 때문에 음악의 지각과 인지는 오늘날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음악의 지각과 인지는 그 중에서도 인지분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2장이나 3장은 음악심리학을 개론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1장에 이어서 언어학, 기호학, 음악의 소통가능이론, 정보이론까지 끌어들이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만 하더라도 음악의 지각과 인지가 얼마나 다양한 연구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나 읽고나면서 드는 한가지 의문은 바로 '이것이 음악인가'라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일종의 허무감 또한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음악의 지각과 인지는 음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음악의 대상이 실제 우리가 듣는 음악의 온전한 형태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것은, 연구대상(감상자)의 새로움, 방법의 객관성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