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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일탈 - 사실은, 출근하지 말고 떠났어야 했다
남규현 지음 / 홍익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는 '일탈'이라는 말이 두근거림보다 두려움을 더 많이
다가왔습니다.
혼나면 어쩌지? 이 '일탈'로 인해 내 계획이 틀어지면? 하는 불안과 초조함이
강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탈'이라는 단어가 설레기
시작하더라고요.
매일같이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이러한 여행에세이가 조금씩이나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신간 여행에세이의 소식을 들을때마다 얼마나 저를 설레게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지금 당장 떠날 순 없어도 다른 사람들의 여행이야기를 들으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죠.
출근이 아닌 일탈을 선택한 이의 여행은 어떠할지 설레면서 이 책의 첫 장을
넘겼습니다.

저에게 미국은 그냥 말 그대로 미.국 이었습니다.
여유와 돈이 있어도 그다지 여행하고 싶지 않은 나라였달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뉴욕이나 시카고 정도는 가보고 싶다는... 정말 이게 다인
나라였습니다.
대자연을 보고 싶다면 호주나 뉴질랜드가 먼저 떠올랐고요.
근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미국!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수 많은 국립공원들은 단박에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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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달리던 중 차를 멈추고
싶었다. 지난 이틀 동안 차를 세운 건 화장실 가거나 식사를 할 때 뿐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것도 어딘지 모르는 길 한복판에 차를 멈춘다는
건 이전의 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차를 세우고 들판의 모습을 집중해서 보고 싶었다. 순간의 선택이었다. 길 중간에
멈춰 이리저기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작작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알았다. 지금은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것을. 어떤 누구도 나를 제재하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적어도 이 50일의 시간 동안 나에게
진짜 자유가 주어졌다는 것….
그렇게 도시에서 자연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p.20~21 |

사진과 영상을 좋아해서 사진작가가 됐다는 저자의 여행은 저에게 또 다른 여행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사진 안의 풍경들에 한껏 매료되어 아 저기는 꼭 가야겠구나하는 끌림과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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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자 동굴 안에는 암흑이
가득했다.
내 몸에 달린 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아름다운 동굴의 모습은 사라지고 엄청난 공포가 엄습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숨소리만이 서늘하게 들렸다. 그때 작은 불빛
하나가 켜졌다.
공원 관리인이 작은 라이터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그 순간 그 작고 미세한 라이터 불빛을 중심으로 동굴 안이 다시 드러났다. 아까 보았던 모습들이 라이터 빛에 반사되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인공조명이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의 기초는 우리가 배척해온 어둠이지 않을까란
생각. 내가 그동안 바라본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과 생명… 어쩌면 우리는 빛에 비치는 어둠들을 아름답다 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자 두렵다고 생각했던 어둠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p.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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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런 거다. 어떤 예상도 할
수 없고 예상이란 걸 하는 이가 있다면 그를 비웃듯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의외의 이야기. 그렇기에 어제보다 오늘의, 오늘보다 내일의 이야기가
나는 더 기대된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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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이야기.
정말 공감가는 말이었습니다.
저에게 여행은 정말 의외의 이야기였거든요.
전형적인 인도어파로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걸 더 선호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지 않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집순이'이 제가 한 번씩 훌쩍 여행을 떠난다는 건 정말 의외의 이야기였습니다.
겁도 많고 소심하기도 하고 의심에 경계심도 많은 저이기에 제가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함께 떠나는 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 모두 선호하는 지라 종종 여행을 떠납니다.
저는 여전히 겁도 많고 소심하고 의심과 경계심이 강합니다.
여행을 한다고 해서 본래의 성격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대신 호기심이라는 녀석을, 홀가분이라는 친구가 그 성격을 적절하게 어우러 줄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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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랜드의 높은 언덕을 달리던 중 한 마리의 염소를
만났다. 홀로 풀을 뜯어먹으며 절벽 끝에 서있는 염소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넌 왜 혼자 있니?"
길옆에 차를 세운 뒤 염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이런
질문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혼자인 이유는 두 가지다. 혼자이고 싶어서, 혹은
혼자일 수 밖에 없어서. 염소에게 던졌던 질문을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혼자지?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진심으로
생각해보면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를 택하는 사람들은 나를 비롯해서 없는 것 같다. 일단 스스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고, 철저히 혼자 자라나는 사람
또한 없다. 어쩌면 혼자인 이들 모두 그럴 수밖에 없어서 혼자인 이들 모두 그럴 수밖에 없어서 혼자가 된 게 맞는 것이다.
여행의 끝자락에 가까워지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내가
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엔 그럴 용기가 안 났다.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신뢰해줄
사람이 없어서란 걸, 무의식적으로 알았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동안 생각지도 않게 많은 지인들의
응원을 받았다.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나에게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도 만났다. 오히려 내가 벽을 치고 살아온 게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혼자 있으면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으니…. 아픔을 꽁꽁 가둬놓고 저절로 치유되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아픔에 무뎌져 갔을 뿐.
이젠 알 것 같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라는 것이다. 내 상처를 열어 보여줄 용기를 가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물론 아무에게나 보여줘선 안 된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내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p.232~235 |
예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결혼을 해도 좋을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지금 내 자신이, 나 혼자만의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할 때 그럴 때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내가 외로워서, 또는 내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기대고 그걸 채우기
위해서 만나는 건 좋지 않다는 말에 왠지 조금은 이해가 갔습니다.
여행도 그런 거 같아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나 금전적이 이유나 그 밖에 다른 이유로 함께 다른 이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마음은 그 사람과 여행을 가고 싶지만 가서 겪게 될
불편함이라던지 혹시 가서 싸우거나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생각들로 이야기도 꺼내보기 전에 다시 말을 삼킬
때도 많고요.
혼자 떠나는 여행이 전적으로 내 호기심과 나의 의지로 돌아다닐 수 있고 홀가분함에 있어서는
최상이지만 문득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넘쳐 흐를 때나 힘들고 위로가 필요할 때 지금 이순간 같이 웃을 수 있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상대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무척이나 공감했던 내용이네요.
50일간의 카메라의 사진들과 쉼없이 달려온 자동차 안의 풍경, 그리고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설레였습니다.
시카고에서 친구를 만나면서 다음 여행은 건축물이라는 새로운 여행의 테마에 대한 계획을 살짝
내비쳤던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책도 다 읽었으니 그의 인스타그램(@kyohanm)에 접속해서 못 다 본 이야기나 사진들이
있나 살펴봐야겠습니다.
브런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brunch.co.kr/@kyohanm 에도 접속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