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할머니 미워요.
사과 할머니가 내가 가져간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았어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내가 뭘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요!
<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좋아해요>에 나오는 내용이다.
치매는...
그동안 그 사람과 얼마나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았고, 어떤 관계였건 간에
좋았던 추억은 퇴색시키고 힘든 현재만 곱씹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책 속 안나도 그렇다.
그런 안나가 어떻게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할머니를 받아들이게 되는 지
치매에 관해 깊게 생각해보게게 해주는 그림책 <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좋아해요>를 소개한다.

사과 할머니는 한때 커다란 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안나는 그곳에서 할머니, 엄마, 아빠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할머니는 어느 날 부터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고,
안나는 할머니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대답도 잘 하지 않고, 표정도 없어지고...
안나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사과 할머니가 점점 미워진다.

어느 날, 안나는 우연히 사진을 한장 발견하고
할머니가 행복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무언가를 가져다 주는데...
우리 외할머니는 치매였다.
나랑 25년을 같이 산 우리 할머니는 넘어진 이후로 요양원에 갔고,
요양원에 간 이후로 점점 치매가 심해져 나를 못알아봤다.
또 그러다가 가끔은 나를 알아보고 나랑 대화를 하다가
다음에 가면 또 나를 모른다고 했다. 남동생은 더 잘 알아보는 것 같아서 짜증내고 계속 나는 누구냐니까 하고 묻고 그랬다.
그렇게 요양원에 있다가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갔다.
치매인 중에도 고향인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울 엄마도 나도 그 말 한번을 못들어주고 갔다.
아마 할머니가 몇년을 더 살았다해도 우리는 데려갈 생각을 안하고 결국 지금처럼 후회했을거다.
내 애 데리고는 그렇게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치매 그림책은 모아서 읽으며 할머니 생각에 눈물 글썽이면서... 우리 할머니 제주도는 언젠가 언젠가 하면서 그 한번을 안갔다.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며 할머니와 추억을 더듬는데 그 오랜 시간을 함께해도 떠오르는 추억이 많지 않았다.
할머니한테 짜증내고 화낸 추억만 점점이.
치매걸린 사람은 아주 어린 아이랑 비슷하다.
호명해도 반응을 했다가 안했다가
쳐다 봤다가 안봤다가
무표정이 기본인데 또 가끔 웃으면 잘 웃는다.
아이는 그래도 앞으로는 성장할 것을 알지만
치매걸린 사람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인 것 같아 암담하기만 하다.
내 주변에서 더이상 치매를 겪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지만 인생사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우리 할머니때 처럼 후회하지 않게 주변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쌓는 것이다.
그래야 안나처럼 사과라도 건넬 수 있지.
안나처럼 사진을 발견하려면 여기저기 많이가고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책의 말미에는 치매에 관한 글이 실려있다.
치매진단을 받으면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치료를 병행하고,
치료 단계에서 밝은 곳으로 나와 함께 산책하는 등 환자의 가까운 곳에서 지지하며 도울 수 있다고 나와있는 걸 보며
나는 할머니랑 아무 것도 못해주었구나, 울적해지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동행하며 함께 좋은 추억을 쌓아야겠다 다짐하게 되기도 했다.
어른인 우리도 주변의 치매를 받아들이기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들과 치매에 대해 나눠보고 싶다면 <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좋아해요>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후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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