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밥이 많은 그림책이 아닌데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의미가,
책을 읽으며 떠오른 많은 사건들이, 책장을 좀처럼 넘기지 못하게 했다.
예전보다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아진 세상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기 보다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는 데 더 힘을 쓰는 것 같다.
정을 들고 눈을 부라리며 모난 돌을 찾아내고,
자신의 모난 부분 또한 남에게 들키기 전에 깎아 내도록 세상이 등을 떠민다.
나도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 있고자 늘 말과 행동을 스스로 검열했고,
이제는 우리 아이가 누군가에게 내쳐지지 않도록 눈에 띄는 행동은 타이르고, 혼내고, 다그친다.
그렇게 하면 정말 미움 받는 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나 미움 받는 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 곁에 서서 열매를 맺어 주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또 사람에게 도움받고 일어선다.
이유도 없이 외돌토리가 된 사람의 옆에서 가만히 손 내밀어 주고, 그 희망과 사랑의 열매가
또 다른 사람에게 싹 틔우고 열매를 맺도록 하는 희망의 연쇄가 일어나도록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서야겠다.
언제고 우리 아이도 그런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