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아이 (무선) 철학하는 아이 19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최혜진 옮김 / 이마주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실이란 두려운 것이기에 사람들은 차라리 진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의 책 속엔 철학이 담겨있다.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기에 신간이 나올 때 마다 기대하며 책장을 펼친다.

이번 그림책 <유리 아이>는 2002년 출간되었던 <유리 소녀>를 좀 더 깊은 생각을 담아 글과 그림을 수정해 재출간한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추천 받아 만났을 땐 소프트 커버에 얇은 두께를 보고 가벼이 책을 펼쳤었다.

하지만 이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느 책보다 무겁다.

진실, 용기, 나다움, 마주하기

<유리 아이>를 소개한다.



어느 날, 유리로 된 아이가 태어났다.

유리 아이를 보려고 온 세상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너무도 아름다워요!"

유리 아이는 머리 속까지 너무 투명하여,

펼친 책을 보듯 누구나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어릴 때는 유리 아이를 이해하는 일이 참 쉬웠지만,

유리 아이가 자라자 머릿 속에는 긍정적인 생각만큼 부정적인 생각도 떠올랐다.

"그렇게 흉한 것들을 보여 주는 게 창피하지도 않니?"

유리 아이는 자신을 받아줄 곳을 찾아 마을을 떠났지만,

그 누구도 유리 아이를 반기지 않았다.

더이상 어딘가를 찾아다니며 떠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유리 아이는 마을로 돌아 온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건 두려운 일이라, 사람들은 모르는 체 살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유리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책은 중간중간 반투명 종이에 그려진 그림이 등장한다.

처음 <유리 소녀>로 이 책을 접했을 땐

"구성이 특이하네."라고만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작가는 다 의도가 있었다.

알레마냐 작가는 상처받고 깨지기 쉬운 유리 아이는 섬세하고 가는 펜으로, 유리 아이의 다양한 감정과 표정은 반투명 트레싱지로, 변덕스러운 군중은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습니다. 특히 작가는 연약하지만 회복력 강한 인간의 내면을 반투명 종이와 불투명 종이에 빗대 표현해 냈는데, 이는 추상적인 개념을 물성으로 구체화시켜 그림책의 외연과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출판사 책소개

그림책은 이렇게 한 부분 부분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구석구석 작가의 의도가 살아있어 더 매력적이다.

미리 저 부분을 알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유리 아이>는 재출간 도서다.

2002년에 <유리 소녀>로 나왔던 책을 시간이 흘러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작가가 어린이의 관점에서 생각하여 글과 그림을 수정해 재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판 된 <유리 소녀>를 주변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소장하고 있었는데, 내용이 수정 된 <유리 아이>를 받아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그림도 수정되었지만

글 수정이 눈에 띄는데,

이런 저런 변화 들 중

소녀에서 아이로 바뀐 설정(깨지기 쉽고, 맑고 순수한 유리 아이를 '소녀'로 이미지화 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아이가 집을 떠난 후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전보다 매끄럽게 표현된 점이 좋았다.

유리 소녀를 감명 깊게 읽은 사람이라면 바뀐 유리 아이 또한 마음에 들 것이다.

예쁜 생각만 하고 살 수 있을까?

만일 유리 아이처럼 내 모든 생각을 남들이 알게 된다면?

아, 정말 끔찍하다.

큰 죄를 짓거나 크게 음험한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나지만, 만약 이렇게 된다면 가족 조차도 못 만날 듯 싶다.

9번의 긍정적인 생각보다도 1번의 부정적인 생각 한 번이 불러올 파장을 알기 때문에.

몇 시간만 지나면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나?' 할 별 거 아닌 사념이더라도

남에게 보이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흉기가 된다.

나의 모든 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유리 아이를 추앙하던 사람들은

유리 아이의 어두운 면을 보자 바로 뒤돌아 선다.

그런 생각은 나쁜 것이라며 비난하고, 가르치고, 고치려 든다.

이에 유리 아이는 상처받고 금이 간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만이 옳은 것일까?

어둡고 흉하고 끔찍한 생각은 무조건 꼭꼭 싸매 숨기고,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감수해야 할까?

처음엔 본인을 탓하며 상처받고 숨었던 유리 아이는 어느 순간 자신을 받아들인다.

세상 구석구석을 다녀도 유리 아이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받아줄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유리 아이가 본인을 본인 그대로 받아 들이자, 자신을 끔찍하게 바라 보았던 사람들이 가득했던 고향도 유리 아이에겐 편안한 곳이 된다.

자신의 가치는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른 것이다.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이 날선 세상에서 상처받은 스스로를 꼭 안아 주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조금씩 연습하다보면 나의 유리같은 내면도 방탄 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리 아이> 추천한다.

+) [유리 아이]는 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 신간이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들을 멋진 단편에 담고 명사들의 해설까지 함께 구성해놓아 아이들이 쉽게 철학을 접할 수 있게 되어있다.

아이의 생각을 넓히고 싶다면 철학하하하는 아이 시리즈를 함께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