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그림책 - 삶과 그림책 깊이 읽기
곽영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으로 마음 채우기

나에게는 자랑하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주변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취미가 있다.

그림책 읽기이다.

그림책을 좋아한다고 밝히면 대부분 같은 반응이다.

"애들 읽는 그거?"

그림책은 글밥은 적지만, 그 속에 담긴 감동은 결코 작지 않다.

글의 길이와 마음의 울림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림책독서의 즐거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만,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그저 혼자 읽고 감동할 뿐이다.

혼자하는 독서는 한계가 있다.

내 취향의 책만 읽게 되고, 수 없이 발간되는 그림책의 홍수 속에 좋은 그림책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들과 책을 읽고 나누다 보면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으로 사고가 확장 되는 것도

감상을 나누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그림책 모임을 만들어 볼까도 했지만, 아직 아이가 많이 어리고 독박 육아를 하는 나에게는 힘든 일.

하지만,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그림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림책 에세이들이 출간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림책 에세이를 읽을 때면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작가와 독자이지만, 같은 취향을 가진 동지를 만나 재밌게 이야기 나누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기회로 접하게 된 <고마워요, 그릠책> 속에는 47권의 그림책이 나온다.

내가 아는 그림책도 있고, 모르는 그림책도 있었다.

아는 그림책을 만날 땐 나의 감상과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고,

모르는 그림책은 휴대폰 속 '읽을 그림책' 노트에 담으며 읽어 볼 거리가 생겼다는 설렘을 받았다.

각 차례마다 소개하는 그림책의 줄거리를 소개해주기에 그림책을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삽화가 하나도 없다는 점.

그림책은 그림이 가지는 의미가 큰 만큼 표지나 내용에 대한 사진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대신 다른 그림책에세이들과는 다르게 그림책용어와 그림책연출용어를 명확하게 설명하여

각 그림책의 개성있는 판형과 연출을 생생하게 설명한 부분이 좋았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다.

<자연, 우리를 둘러싼 것들>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들>

<인생의 과정, 삶과 죽음> 이다.

전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주제들이다.

하수정 작가의 <울음소리>는 내가 정말 아끼는 그림책인데,

특이하게도 박스에 들어가 있는 병풍형 구조다.

책을 다 펼쳐서 뒤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구조를 택했겠지? 가볍게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림책에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목소리를, 숨겨진 목소리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박스에 담긴 그림책은 숨겨져 있는 아이들, 우리가 세상 밖으로 꺼내 주어야 하는 아이들,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은유 되어 보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좀 더 가슴 깊이 간직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p165)

라는 곽영미 작가님의 의견을 들으니 아! 그렇구나! 싶었다. 이렇듯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이와 생각을 나누면 나도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어도 꿈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

할 수 없는 일들에 아쉬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의 꿈을 갖고 살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p211)

당신은 삶에서 마지막까지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나씩 잃어 가는 일에 슬퍼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지금부터 잃어 가는 일에 슬퍼하지 않도록 조금씩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p218)

나를 길러주신 우리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기력을 잃어가고, 새로 태어난 우리 아이는 갈수록 힘이 세지고 활발해진다.

그 사이에 나는 요즘 죽음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늘어갔었는데, <고마워요, 그림책> 속 그림책들과 해설이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여러 그림책의 글작가, 강의, 숲해설가로 활동한 작가님의 경험이 그림책의 내용 속에 녹아져 서술되어 있어

​같은 책을 읽었어도 경험, 감상, 글을 풀어내는 스타일이 다른 점이 많구나, 하며 예전에 제가 쓴 서평을 돌아보는 기회도 되었다.

다양한 경험이 풍부한 작가님이 그림책과 관련된 의미 깊은 소설, 영화를 많이 추천해주어 볼 것이 많이 늘었다.

그림책을 읽을 땐 무언가에 쫓기거나 요구 받지 않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마음이 지치고 메말랐다면 <고마워요, 그림책>과 함께 그림책 테라피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