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 날 그 소리예요 도토리 큰숲 1
사노 요코 지음, 김정화 옮김 / 도토리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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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부터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어요. 뭐든지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 하고 싶었고,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을 만나면 질투를 했죠.

"쟤는 저렇게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안되지?" 남과 비교하는 미운 마음은 저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특출난 건 없지만 딱히 모난 것도 없는 평범한 저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특출난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많지만 그 사람들도 평범한 저의 어딘가를 부러워 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림책 장인 사노 요코의 이번 그림 동화 속엔 특 출 나지만 고독한 천재 고양이와 평범한 할머니와 고양이 이야기가 실려있답니다.

책을 살펴 볼까요?

고양이와 할머니, 돼지 간 대화가 만담처럼 이어져 은근한 재미를 준답니다.

할머니는 줄무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옛날 옛날 눈 오는 날 찌그렁 찌그렁 소리를 내며 검은 돼지가 와서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줄무늬 고양이를 주고 갔어요.

"할머니 그 날 그 소리에요!"

검은 돼지는 이번엔 천재 검은 고양이를 두고 갔어요.(정확히 말하자면 검은 고양이가 이 집을 선택했지요.)

천재 검은고양이가 온 순간부터 집은 확 변했어요.

매일매일이 진수성찬, 설거지도 눈 치우기도 뜨개질도 신속 정확하게 해내는 검은 고양이 덕에 둘의 할 일이 없어져 버렸죠.

일이 없으니 행복해야 할텐데 둘은 왠지 떨떠름합니다.

어느 날 검은 고양이는 마술을 보여 주겠다며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보여 주었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온 강가에 샌드위치를 들고 줄무늬 고양이와 소풍을 가는 것이었죠.

다음 날 천재 고양이는 나같은 천재에게는 이런 평범한 삶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떠나버려요.

여기서 할머니와 고양이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을 의미하고, 천재 검은고양이는 고독한 천재를 의미하지요.

우리는 평범하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꼭 빼 먹는 게 있고, 잘해놓은 것 같아 안심하면 뒤늦게 실수가 발견됩니다. 그래서 싸우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서로가 서로의 실수를 이해하고 도우며 사는 거 아닐까요^^?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 나의 일을 다 해준다면 몸은 편할 지 몰라도 나의 쓸모가 없어지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불편해 질테니까요.

앞으로도 할머니와 고양이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흔히들 우리는 천재를 고독하다고 합니다. 동경의 대상이지만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는 그들은 내내 완벽함을 요구 받지요. 다른 사람들이 나의 허술한 면에 실망 할까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혹은 천재는 괴팍하다는 이미지로 혼자가 될 때도 있지요. 이것도 편견 아닐까요? 전 동화 속의 검은 고양이가 모험을 떠나 거기서 친구를 사귀 었으면 좋겠어요. 천재라고 꼭 고독할 필요는 없잖아요? 천재 고양이도 다른 고양이와 똑같이 바라봐 주는 멋진 친구를 만나 따뜻한 우정을 쌓을 거라고 믿습니다^^.

고양이와 할머니의 생김새도 그렇고 고양이가 다섯살이라고 하는 부분, 강가에 낚시를 가는 부분까지 사노 요코의 또 다른 그림책 <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가 떠올랐어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와 이어지는 책인가 싶었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를 읽었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게 뼈저리게 아프도록 기쁘다. 사람의 삶은 사사로운 것이다." 라고 쓴 사노 요코. 하지만 늘 짧은 그림책 속에 마냥 무겁지 않게 깊은 철학을 담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그녀 역시 저에게는 천재로 느껴질 뿐...ㅎㅎ

천재였지만 고독하진 않았던 작가 사노 요코가 그려낸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행복한 삶을 위한 관계에 대한 멋진 그림동화 <할머니 그 날 그 소리예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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