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할머니와 나
야베 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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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상한 듀오의 세대 공감 에세이

엄청 귀여운 에세이를 발견했어요.

일본의 중년 개그맨 야베 타로씨가 87세 할머니의 윗집에 세들어 살며 소소한 일상을 같이하는 에세이랍니다.

빼빼마르고 수줍은 야베씨와 커다란 안경을 쓴 자그마한 할머니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예전에야 아래 위 옆집이랑 서로 먹을 것도 나누고 놀러가고 교류가 많았지만, 요즘은 내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죠.

어쩌다 집주인과 (심지어 87세의 할머니!!)

무명 중년 개그맨이 친구가 된걸까요?

20년 넘게 개그맨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예능 프로에만 나가면 굳고 또래여성보다 집주인 할머니가 편한 야베 타로씨.

늘 강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야베씨와 어울리는 게 너무 즐거워 장수만세할 것 같다는 집주인 할머니.

공통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둘이지만 소소하고도 특별한 일상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희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절 어릴 때부터 길러주셨는데, 지금은 요양원에 계십니다.

할머니가 혼자 다니시다가 몇 번 넘어지셨어요. 젊은 사람들이라면 그냥 털고 일어날 일인데 할머니는 허리 보호대를 차고 몇 주간 입원하셔야했죠. 그 후로 넘어지실 때마다 몸이 급격히 안좋아져 혼자 거동하실 수 없게 되셨어요.

몸이 안 좋아서 혹은 조심 하느라 걸음이 느린 것을 주변에 미안해야 하는 집주인 할머니를 보며 코 끝이 찡했습니다. 아베 씨에게 몇번씩이나 넘어져도 괜찮으니 좋겠다고 하는 할머니의 말을 보고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젊지만 실패할것이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저에게 하시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다가 깨어나 려면 한참 걸리는것을 숨기려고 계속 말을 돌리는 집주인 할머니 너무 귀엽지 않나요?

나이가 있으니 그냥 말해도 다들 이해해 줄 텐데 나이가 들어도 숨기고 싶은것은 있나 봅니다.

죽기 전에 큐슈에 가 보는 게 소원이라는 집주인 할머니 의 말을 듣고 규슈 여행을 계획한 아베씨.

의지만 있다면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집주인 할머니와도 갈 수 있는 여행인데......전 저희 할머니랑 어디 제대로 여행 간 기억이 없더라구요.

20년 넘게 같이 살았던 소중한 가족인데, 전 어쩌다 할머니한테 어디 가고 싶은 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았을까요?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하고 대화를 하는데 할머니가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할머니 고향이 제주도 거든요. 이젠 치매가 오시고 거동도 하실 수 없어 갈 수 없는데, 할머니의 그 말을 듣고 너무 슬펐어요. 거동이 가능하실 때 고향집에 다녀오시라고 얘기라도 드려볼 걸... 같이 가자고 해볼걸...

아니, 이것도 다 핑계죠. 내가 도와드리면 될 걸 거동이 불편하다고 못간다는 건.

코로나가 종식되면 꼭 할머니를 모시고 제주도를 가봐야겠어요.

할머니와 아베씨의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을 보며 집콕 육아로 지친 마음이 힐링 되었답니다.

우리 할머니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 좋았어요.

같은 집에 살다보니 비오면 빨래 개라고 알려주고,

같이 쇼핑을 하고 차를 마시러 가고,

집 마당 잔디를 깎아주는 일상을 같이 하는 친구.

어느 날은 조금 특별하게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는 짝꿍!

나이와 성별은 이들의 우정에 아무 장애가 되지 않네요.

요즘 세대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보며 혀를 쯧쯧 차고,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조언을 꼰대라며 무시하곤 합니다.

깊어져만 가는 갈등의 골짜기를 이 책이 메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중훈씨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어린 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왔던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있다면 몇 십 년의 세월 차이도 멋진 우정을 쌓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테지요.

이 언발런스하지만 귀여운 듀오를 보며 에너지 충전하시길 바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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