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많은 옛 풍경들이 사라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기다림입니다.
언제 올 지 기약없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동네 친구들과 놀고, 이웃들과 정답게 이야기 나누던 풍경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죠.
저 버스가, 저 발걸음이, 저 시동소리가 내가 기다리는 누군가이기를 기다리며 두근두근하던 기억, 떠오르시나요?
중고등학교 때 엄마가 늦게 퇴근했어요. 엄마가 퇴근 1시간 전부터 설렜죠.
그땐 저층에 살아서 엄마차가 주차할 때면 시동소리가 들렸는데, 시동소리만 들리면 '우리 엄마 찬가?'하면서 귀를 기울이고 아니면 허탈해했죠.
엄마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면 점점 귀가 쫑긋하고, 거기다 혹시 비닐봉지가 부스럭대는 소리까지 들리면 설렘은 10배!!!
엄마를 기다린 건지 뭐가 담겼을 지 모를 보물상자 같은 비닐봉투를 기다린 건 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하도 애타게 기다리다보니 엄마 차 시동소리와 발걸음 소리도 척척 구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답니다.
퇴근하는 엄마아빠(혹은 먹을 것)를 기다렸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정겨운 그림책 <삼거리 버스 정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