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버스 정류장 감동이 있는 그림책 14
여주비 지음 / 걸음동무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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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많은 옛 풍경들이 사라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기다림입니다.

언제 올 지 기약없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동네 친구들과 놀고, 이웃들과 정답게 이야기 나누던 풍경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죠.

저 버스가, 저 발걸음이, 저 시동소리가 내가 기다리는 누군가이기를 기다리며 두근두근하던 기억, 떠오르시나요?

중고등학교 때 엄마가 늦게 퇴근했어요. 엄마가 퇴근 1시간 전부터 설렜죠.

그땐 저층에 살아서 엄마차가 주차할 때면 시동소리가 들렸는데, 시동소리만 들리면 '우리 엄마 찬가?'하면서 귀를 기울이고 아니면 허탈해했죠.

엄마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면 점점 귀가 쫑긋하고, 거기다 혹시 비닐봉지가 부스럭대는 소리까지 들리면 설렘은 10배!!!

엄마를 기다린 건지 뭐가 담겼을 지 모를 보물상자 같은 비닐봉투를 기다린 건 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하도 애타게 기다리다보니 엄마 차 시동소리와 발걸음 소리도 척척 구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답니다.

퇴근하는 엄마아빠(혹은 먹을 것)를 기다렸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정겨운 그림책 <삼거리 버스 정류장>입니다.


                                    

엄마가 시장에 간 날, 4남매는 엄마를 삼거리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 나갑니다.

                                    

맞은 편에 선 버스가 떠나는 그 잠깐을 못참고 버스 밑으로 엄마 치마인지 확인하는 아이들 ㅎㅎ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릴 때는 작은 신호, 작은 소리 하나도 캐치하고자 신경이 곤두서곤 하죠!!

                                    

삼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마냥 엄마를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예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이 곳에서 놀기도 하고, 이웃과 정답게 이야기도 나눕니다.

예전엔 이렇게 마을 사람들을 다 알아서 서로 오며가며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이젠 옆 집 사람도 모르네요.

                                    

드디어 엄마가 도착했어요!

엄마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엄마 손만 바라보는 4남매.

엄마도 반갑지만 먹을 게 더 반갑다!

세상 사는 거 진짜 다 똑같죠? ㅋㅋㅋㅋㅋ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지의 밝기가 같이 어두워지는 부분도 새롭고, 정겨운 시골 마을 그림이 아늑하게 다가오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예전엔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 지도 알려주지 않았고

버스 노선도도 붙어있지 않아서 꼭 엄마한테 몇 번 타야하는 지 물어보고 잘 탔는 지 긴장하곤 했는데...

이젠 휴대폰 지도가 워낙에 잘 되어 있어 외국에 나가도 앞마당처럼 다닐 수 있죠.

기다리는 사람이 언제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을 벗삼아 놀거나 지나가는 친구를 붙잡을 필요도 없어요.

내 최고 절친 휴대폰 속에 모든 게 있으니까요.

버스 정류장에 앉은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만 바라보다 몇 분 뒤 버스가 도착하는 지 확인하기만 하면 돼요. 내리는 버스마다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내리는 지 목 빠지게 확인하지도 않고요!

지금 생활이 확실히 편리합니다만, 그때 풍경이 그립기도 하네요.

역시 가장 그리운 건

퇴근 하는 엄마 아빠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봉투 통닭과 비닐에 담긴 치킨무!

전 종이봉투 통닭 세대는 아닙니다만 ^^...(발뺌) 비닐에 들어가있던 치킨무는 희미하게 기억나네요!

엄마아빠가 사온 아이스크림은

                                                                             

                                                                         

엄마아빠가 사 온 과자는

                                                                     

엄마아빠가 사 온 빵은

                                                                     

소보로, 팥빵, 크림빵이나 슈크림빵

세상 어린이들이 전부 엄마아빠의 손에 달린 비닐에 집중 한 것처럼

엄마아빠의 쇼핑 목록도 비슷한 신기한 세상....

공감 되시나요? ㅋㅋㅋㅋㅋㅋ

어릴 적 엄마아빠의 손에 들려있던 추억의 음식, 혹은 물건 있으신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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