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 고지마치중학교의 학교개혁 프로젝트
구도 유이치 지음, 정문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학교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방점을 학습에 두시나요, 사회에 나가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 것에 두시나요?

둘 중 하나에 방점을 찍으라고 하면 대부분 후자이지 않을까요?

학습만 생각하는 건 좀 구시대적 사고에 편향된 것 같기도 하도...

'공부만 할거면 학원을 보내지!'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럼 현실의 학교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아니요!

그나마 불평이 덜나오는 방향으로 한정된 기회와 자원을 나누려면 줄을 세워야 하거든요.

강남 7학군, 대치동, 마포 집값 절대 안떨어진답니다.

왜? 학군때문에.

학군이 집값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학교에서 언제 민주시민을 육성하고 있겠어요?

학교에선 시험 쳐서 성적을 나눠주기도 1년이 바쁩니다.

학원은 학교 성적을 잘 받게 하기 위해 바쁩니다.

이런 풍조가 당연한 교육계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혁신학교 들어보셨나요?

제가 사는 부산에선 다행복학교라고 부르고 있어요.

학습 중심이 아닌 인간을 키우기 위한 학교(전인교육)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죠.

한국에도 눈여겨 볼만한 다양한 성공과 실패사례가 있지만, 일본의 유명 혁신학교인 고지마치 중학교 교장 구도 유이치의 저서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를 읽고 느낀점을 한국 교육과 제 생각을 담아 정리하였습니다.

혁신

숙제 폐지

숙제를 왜 낼까요?

학력 신장과 학습 습관 형성을 위해 낸다고는 하는데, 실효성이 있나요?

요즘 학교는 숙제를 없애는 추세입니다. 일기 쓰는 곳도 얼마 없죠.

학교에서 숙제를 안내줘도 학원에서 내주긴합니다.

기계처럼 숙제를 받아 기계처럼 냈던 부모들은 숙제를 안내주는 학교에 불만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숙제에서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안풀고 그대로 들고오거나,(몇 개는 풀었으니 백지는 아니다 이거죠) 베낍니다. 스스로 학습을 위해 내줬는데, 안 풀리는 문제를 혼자 고민해서 풀고 오는 애는 정-말 몇 명 안됩니다. 그 몇 명을 위해 숙제를 내는거다? 당신의 아이가 그 그룹에 포함 될까요? 혼자 잘하는 상위 몇 명의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은 베끼는 숙제를 꾸준히 내는게 도움이 될까요? 아이들의 생각은 자라지 않고, 그저 시간낭비 중노동일 뿐입니다.

공부의 기본은 자기주도입니다.

일괄적으로 나가는 숙제는 내 수준과 흥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숙제에 쫓기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수준과 흥미에 맞는 과제를 좇아야 합니다.

시험 폐지

요즘 초등학교는 중간 기말 안치는 거 아시나요?

이 말 들은 어른들은 대부분 '꿀이네. 라떼는 말이야~' 나옵니다.

벼락치기 다들 해보셨죠?

시험 직전엔 독서실과 카페가 터져나갑니다. 벼락치기해야하니까요!

시험에 나올 것 같은 부분만 외우는 건 시험 점수 유지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장기기억이 될까요?

시험장을 나오는 순간 남는 게 없습니다.

시험은 왜 칠까요?

줄세우려면 성적표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일제히 치는 시험이 제일 줄세우기 쉽습니다. 민원의 소지도 적습니다.

오히려 시험을 안치면 '우리 애가 공부를 안한다'는 민원이 폭!!!주!!!합니다.

대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평가를 보는 곳이 많은데, 담임 재량입니다. 성적에 들어가지도 않고, 복습의 의미죠. 성적에 안들어가면 공부 안한다고요? 할 애는 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학습 능력'을 '특정 시점'에 평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이었습니다.

5월 중간고사 땐 못풀었던 문제를 7월엔 완벽히 습득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성적은 어떻게 나올까요?

수행평가로 상중하를 내는데, 교육부 지침이 앵간하면 '상'줘라입니다.

다 똑같이 '상'받는 게 무슨 의미냐고 하시면, 경쟁학습 줄세우기에 익숙해지신 겁니다.

근데 전, 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처럼 일단 원하는 대학 다 넣어 줄 거 아니면 모두가 원하는 대학과 과가 비슷한데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할까요?

그래서 입사제와 각종 수시 전형, 학종이 등장했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전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숙명여고 사태에도 입학 전형을 수능으로 일원화 해라는 댓글이 정말 많았어요.

입사제와 수시, 학종이 공정할까요? 수능보다 부와 학력의 세습화에 효과적일까요?

전 수능보다 입사제와 수시 학종이 엄마의 입김, 노력이 훨씬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체제 밑에서도 극성 엄마들의 예습 열정이 불타오른다만,

학종은 아예 다릅니다. 돈 있는 집은 어릴 때 부터 학종 트랜드에 맞춰 학원을 보냅니다.

지금은 논술, 독서학원이 대세입니다.

교육에 큰 돈 들이지 못하는 가정은 주요교과(국영수 등) 학원 보내기도 벅차 트랜드에 맞춰 학원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학종은 매번 트랜드가 바뀌고, 돼지엄마들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을 모아 여기저기 컨설팅과 설명회를 다닙니다.

초등학교 때 부터 봉사실적과 외부상을 모으고, 영재에 지원합니다. 보통 엄마들은 이런 엄마들 못따라옵니다.

가끔가다 개천에서 용나던 거, 이제는 개천도 막아버린 형국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이에 대한 괜한 미안함을 가지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90년생이 온다] 읽어보셨나요? '90년대 생들은 공정하다'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처음엔 '뭐래, 내가 제일 치졸하고 안공정한데.' 라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보니 납득이 가더라고요.

90년대 생이 입사제 수시 학종을 부정적으로 보고 수능을 미는 것과,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그나마 그게 '공정'한 선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수능 외 다른 전형과 기업 입사는 과정에서 불공정함이 있을거라고 여기는 거죠.

저도 마찬가집니다. 불공정함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시험으로 줄세우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결국은 이게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험 폐지에 대해선 부정적입니다.

고정담임제 폐지

보통은 고정된 담임선생님 한 분에, 초등학교는 그 선생님이 거의 모든 과목을 담당하며 중고등학교는 과목마다 담당 선생님이 들어옵니다.

고지마치 중학교는 고정 담임제를 폐지하고, 한 반에 여럿의 담임을 두어 학생을 잘 대하는 교사는 학생지도에 학부모를 잘 대하는 교사는 학부모 상담에 ICT활용을 잘하는 교사는 ICT에 배치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역량에 맞는 역할을 하자는 건데.... 취지는 좋으나 학부모 상담에 지원하는 교사 수가 너-무 적을 것 같네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있고, 학급 운영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차이가 있을 텐데 그걸 해결하는 게 고정담임제 폐지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혁신의 걸림돌

민원

요즘 교육부나 학교들이 하는 꼴을 보면 줏대가 없습니다. 민원에 따라 굽신거리며 갈대처럼 움직입니다. 학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닙니다. 민원이 무서우면 아무것도 개혁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틀을 바꾸려고 하면 반드시 반발이 생기기 마련인데, 아이들 교육보다 표심이 우선인 교육부는 눈치보기 바쁩니다. 학교의 관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위 학교와 각 교실에서 자율성을 발휘하라고 해놔도, 집단 생활이 기본 인 학교에서는 서로가 '이거 해도 되나...? 민원 안들어오려나...?'생각하며 주저하게 되고, 관리자는 교육보다는 민원을 줄이기 위해 힘씁니다.

'미쳤나봐'싶은 진상밉상 민원도 많겠지만, 민원의 가장 큰 요인은 학교와 가정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서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민원만 걸면 '학교에서 해결해주겠지' 하는 마음도 문제입니다.

학부모를 문제 상황에 끌어들여야합니다.

보여주기 식인 학부모 대표 위원 몇 명 선정에서 끝나지 말고, 학부모를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한다, 그리고 학부모의 태도도 평가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습니다.

사람은 책임이 있어야 신중해집니다. 자기 아이를 보냈는데 어떤 교육을 하는 지, 학부모도 궁금하지 않겠어요? 학교-가정의 지도가 연계되지 않으면 학교에서 아무리 잘 하고 보내봤자 말짱 도루묵입니다.

갈등을 보는 시선

파벌없는 집단이 있을까요?

아주 오래 전 부터 자신의 이익을 부풀리기 위한 파벌은 존재했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쪽이 의견을 내면 의견의 옳고 그름에 맞춰 판단하는게 아니라 저 쪽에서 낸 의견이기 때문에 일단 반대합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최우선 시 하며 의견의 합리성에 맞춰 결정한다면 혹시 의견이 부딪혀도 갈등이 아니라, 더 좋은 의견을 위한 토론 토의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교사 공모제

공교사는 휴직을 포함하지 않으면 보통 4년 안에 학교를 바꿉니다. 혁신 학교도 마찬가지기에, 처음엔 으쌰으쌰 의견모아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원하지 않는 데 온 사람들이 반드시 몇 명은 들어오게 되어있습니다.

혁신 학교도 문제가 많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해보려는 사람들은 떠나게 되면 학교 운영이 차질이 생깁니다.

혁신학교로 선정될 때는 의견이 안맞으면 떠날 수 있고, 초빙도 가능합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교사를 그렇게 채울 수 없게 되어있거든요. 해보려는 사람들만 모여도 삐걱이는 혁신학교 운영에 이런 인사발령은 걸림돌입니다. 원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갈 수 있게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공감합니다.


한국에서 혁신학교를 꾸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 시선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혁신학교는 초등학교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공부가 안되거든요.

이 책에서도 성적이 올랐다는 말은 없습니다. 체험 위주의 교육이다보니 학습 위주의 학교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중고등학교는 혁신학교가 잘 없고, 그래서 초등학교 때 혁신학교를 다녀봤자 연계가 안됩니다. "혁신학교에서 온 애들은 밝은데.... 공부는 아니야."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하는 말입니다.

혁신학교는 교육보다 전인교육, 체험중심이라 가정에서 체험학습을 다양하게 시키지 못하고, 공부에 대한 관심도가 적은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동네에 설립되는 것도 문젭니다.

혁신학교가 많은 서울경기권은 좀 나은데, 다른 지방은 보통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학교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취지는 좋은데 내 아이는 보내기 싫은 학교로 인식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 나라는 지금 혁신학교의 걸음마 단계고, 많은 사람들이 힘쓰고 있으니 분명 바뀌긴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함에 의문을 갖고 교사 개인, 단위 학교에 자율성을 주어야 작은 개선이 쌓여 큰 물살을 만들어 냅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 갈 때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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