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 에세이
이종훈 지음, JUNO 그림 / 성안당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가족(足)같은 회사에서 소주링겔과 커피수혈로 버티는 그대에게

나만 죽을 순 없다!

윗물이 기분 더러우면 아랫물까지 강제로 기분 더러워져야 하는 현실.

당한건 난데, "아이고... 오늘 따라 기분 안좋은 일이 있으셨나보다..." 기분파 상사의 심정까지 이해해주는 마음 넓은 우리들.

더이상 깔 아랫 사람도 없는 우리가 깔 건 소주 뿐인가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모든 병의 근원은 장이라고 했다는데, 아마 그 장이 직장인가봅니다.

                                    

네이버 웹툰 - 잡다한컷

일하기싫어증에 걸린 우리를 위한 직장공감에세이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입니다.

개그맨, 래퍼에 소질 있는 작가님의 거침없는 입담과 귀여운 일러스트가 잔뜩 수록되어있어 직장에서 기운 다 뺏기고 집중력 사라진 직장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답니다.


취직 되기 전에는 취직만 되면 발령도 늦게나도 감사할 따름이고... 세상 풍파 끝날 줄 알았으며 더이상의 고난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막 초보 전사로 전직해서 바로 고렙 사냥터에 던져진 것 같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땐 그만 놀고 싶다! 되니 일을 다오! 에서 막상 취직하고 나면 놀고만 싶다!의 기로에서 왔다갔다 하는 직장인들.

요즘 취준생들 사이에게 생긴 신조어들, 몇 개나 알고 계신가요?

1. 피뽑탈

2. 중고신입

3. 페이스펙

4. 인구론

5. 삼일절

6. 지여인

7. 퇴준생

8. 부장인턴

9. 장미조

10. 지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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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뽑탈 : 피만 뽑히고 면접 탈락

2. 중고신입 : 1-2년 이내 퇴사 후 새로운 회사에 다시 신입사원이 되려는 구직자

3. 페이스펙 : 얼굴도 외모도 스펙이다

4. 인구론 : 인문계 90%는 논다

5. 삼일절 : 31세까지 취업을 못하면 절대 취업을 못한다

6. 지여인 : 지방대 여자 인문계

7. 퇴준생 : 퇴직 준비생

8. 부장인턴 : 계속 되는 인턴으로 부장만큼 경력이 쌓임

9. 장미조 : 장기간 미취업족

10. 지옥고 :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해학의 민족다운 한이 서린 신조어입니다.

좁디 좁은 바늘구멍 취직에 겨우 성공한 후엔 이제 기이한 직장인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1. 파킨슨 법칙 : 투자한 시간에 관계없이 일은 늘어난다는 법칙

2. 만유인력의 법칙 : 모든 일은 나에게 온다

3. 관성의 법칙 : 사원일 때 하던 일을 차장이 되어서도 한다.

4. 힘과 가속도의 법칙 : 높은 직급, 힘이 센 사람이 시킨 일의 가속도가 붙는다.

5. 작용반작용의 법칙 : 담당부서에 일을 이관하면 다시 돌아온다.

도대체 이런 건 누가 생각하는 걸까요? 힘든 회사생활 속에서 이런 개그감을 유지하다니...존경합니다.

전 파킨슨 법칙과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가장 공감가네요.

회사 일은 일을 빨리 하든 늦게하든 눈덩이마냥 불어나게 되어 있으며, 내 소관이 아니어서 넘긴 일은 그쪽에서도 내 소관이 아니라며 끝없는 랠리를 주고 받습니다.


                                                                     

 

취직하면 그 분야에선 내가 제일 잘 알고, 멋진 능력을 보이고 싶었으나...

현실은

이혼하고 싶은 이혼전문 변호사

내 안의 화를 끌 수 없는 소방관

전화 받느라 전화 걸 여유조차 없는 콜센터 직원들!

나만 이렇게 사는 거 아니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동지들에게 몰려드는 연민!

이런 태풍치는 속을 지탱해 주는 건 반복되는 월급입니다. 월급이라고 찍히지만 한 달동안 거친 야생을 누비며 상처입은 내가 받는 최소한의 합의금이자 위로금이자 깽값이죠...

위장을 아프게 하는 것은 직장이지만, 위장을 채워주는 것도 직장입니다.

요즘 YOLO, 나 자신을 찾자며 싫으면 때려쳐! 식의 도서가 많은데

이 책의 저자는 '사표낼 용기보다 남을 용기가 크다!' '퇴사하는 사람한테 휩쓸리지 마라!' '구관이 명관이다!' '그넘이 그넘이다!'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줍니다.

하...맞아요... 맞는데...... 오늘도 저놈이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그만 두는 수 밖에 없나...!!! 하고 이갈리는 제 마음은 아마 퇴직할 때 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


니가 뭔데 날 평가해!!!

인사고과 성과급 너무 화납니다. "니가 뭔데!"가 절로 나오고 "이거 나이순 이잖아" 억울하고 성과급 등급이 내 인생의 등급이 된 것 같아 속상합니다.

인사고과 꺼져! 내 인생고과는 내가 평가해.

내 인생고과는 빼어날 수(秀)로 생각하라는 저자지만, 전 아직 그렇게 마음의 덕을 쌓지 못했나봐요 ^^....ㅋㅋㅋ...

내 고생과는 다른 인사고과에 성과급이 나와도 시발비용으로 다 빠져나갑니다.

갑자기 욕이 나와서 놀라셨죠...?

시발비용 : 스트레스 받아서 쓰는 충동성 지출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 그날 간식거리 지출이 300% 증가합니다.

사실 꼭 성과급 때가 아니어도 늘 시발비용은 365일 꾸준히 나가고 있습니다만...

근무년수가 쌓일 수록 지식이 늘어나는 줄 알았는데, 늘어가는 건 시발비용 뿐이네요!


술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우유 마신다고 나아지는 것도 없다

스코틀랜드 명언

2장은 직장인의 에너지드링크, 술에 관한 예찬입니다.

전 술을 맛없어서 마시지 않아요. 정말 달달해서 술느낌이 거의 안나면 마신다마는 그럴거면 첨부터 더 맛있는 초코우유나 사이다를 마시지 왜 비싼 돈 주고 술을...?

취한 느낌도 싫고 안 취해도 술자리에서 가장 술 많이 마신 사람처럼 놀기 때문에 안마신다고 소외감 느낀 적도 없어요.

하지만 술이 아니어도 마음을 소독하는 나만의 비법이 하나 씩은 있어야 이 세상 버팁니다.

전 주당이 아닌 대신 과당으로 달달한 걸 달고 살며 버팁니다! 직장 서랍 속에 달달구리가 늘 구비되어있어요 ㅎㅎ

술로 마음 소독하는 우리 직장인들 화이팅...


전부 직장 공감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4/5장은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있어요.

취직하면 돈, 자존감 모든 게 따라 올 것 같았지만 회사일 말고도 우리네 삶은 걱정거리가 가득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열심히 저축해놨더니 집값은 내가 모으는 돈 모으는 속도보다 5배는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 오히려 구매능력은 떨어지는 아이러니.

가족(足)같은 회사와 거친 풍파가 몰아치는 사회에서 낮아지는 내 자존감. 쌓이는 걱정과 불안.

나도 부자와 가격만 (심각하게) 다르지 의식주는 다 누리고 사는데 왜 만족이 안되는건지!

작가님은 따뜻한 말과 위로로 직장에서 당하는 '을'들의 비애와 분노를 폭발시키기 보다 토닥토닥 잠재워줍니다.

'상한 감자를 받으면 먹지 않고 버릴 거면서, 상한 감정을 받으면 왜 계속 꺼내 보고 열어 보고 생각하고 맛보느냐'

늘 안 좋은 일은 가슴 속 서랍장에 넣어두고 만일 형태가 있었다면 반질반질 윤이 날 만큼 주기적으로 꺼내보곤 하는 저에게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었습니다.

남은 '어떤 커피를 먹을까?'정도의 고민만큼도 사실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나는 그 시선에 휘둘리며 삶을 살아갑니다.

내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 부정적인 시선이다!

시간 없는 직장인들이 짧은 시간 동안 폭풍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명언 폭탄집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내 인생의 갑이 내가 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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