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함으로 포장되어 강요되던 엄마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저물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어도 엄마는 강인하고 완벽한 울타리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숨어있던 엄마들이 용기 내어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관련 서적이나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몸이 조금만 아프거나 조금만 일상이 틀어져도 사람들은 짜증과 화가 치미곤 합니다.
그때 나오는 짜증과 화는 '내가 너무 힘드니 이래도 돼!'라며 당연하게 여겨지죠.
그런데, 아기를 가지면서 몸 이곳저곳이 말도 못 하게 아프고, 일상은 180도 바뀌었으며, 호르몬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는 엄마들은 평소와 달라선 안됩니다. (호르몬은 정말 정말 정말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확 바꿔놓는 물질인데도요.)
평소와 같은 정도가 아니라, 애를 가지자마자 엄청난 모성애를 발휘해서 평소의 300%는 해내야 하죠.
아이의 안전을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동안 뇌와 몸의 긴장지수는 한없이 높아져서 더 피곤하고 고되지만
우울하고 짜증 나도 티 내면 안 돼요! 어디 엄마가 감히?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자라면서 몇 번이나 들은 말이 메아리칩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약해진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됩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이 상황이 나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하며 두려워합니다.
보통 남편들은 출근하기 마련이니, 혼자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와 둘이 있으면 머릿속에 걱정과 잡념이 스며듭니다.
'이걸 얘기하면 미친 여자 취급받지 않을까?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걸.'
'이게 남에게 털어놓을 정도로 큰일일까?'
'내가 얘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숨기면서 엄마라는 껍데기만 남고 내면의 나는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