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
캐런 클아이먼 지음, 몰리 매킨타이어 그림, 임지연 옮김 / 한문화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어디서도 누구와도 말하기 힘들었던

불안하고 두려운 초보 엄마들의 진짜 속마음

숭고함으로 포장되어 강요되던 엄마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저물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어도 엄마는 강인하고 완벽한 울타리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숨어있던 엄마들이 용기 내어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관련 서적이나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몸이 조금만 아프거나 조금만 일상이 틀어져도 사람들은 짜증과 화가 치미곤 합니다.

그때 나오는 짜증과 화는 '내가 너무 힘드니 이래도 돼!'라며 당연하게 여겨지죠.

그런데, 아기를 가지면서 몸 이곳저곳이 말도 못 하게 아프고, 일상은 180도 바뀌었으며, 호르몬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는 엄마들은 평소와 달라선 안됩니다. (호르몬은 정말 정말 정말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확 바꿔놓는 물질인데도요.)

평소와 같은 정도가 아니라, 애를 가지자마자 엄청난 모성애를 발휘해서 평소의 300%는 해내야 하죠.

아이의 안전을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동안 뇌와 몸의 긴장지수는 한없이 높아져서 더 피곤하고 고되지만

우울하고 짜증 나도 티 내면 안 돼요! 어디 엄마가 감히?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자라면서 몇 번이나 들은 말이 메아리칩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약해진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됩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이 상황이 나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하며 두려워합니다.

보통 남편들은 출근하기 마련이니, 혼자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와 둘이 있으면 머릿속에 걱정과 잡념이 스며듭니다.

'이걸 얘기하면 미친 여자 취급받지 않을까?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걸.'

'이게 남에게 털어놓을 정도로 큰일일까?'

'내가 얘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숨기면서 엄마라는 껍데기만 남고 내면의 나는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다,

지금 이런 나의 모습은 당연한 것이다.

간신히 견디는 초보 엄마를 지탱해 주는 책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입니다.

                                    

차례만 봐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답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어요.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내가 공감 가는 부분만 봐도 된답니다.

                                    

초보 엄마가 하는 말과 진짜 속마음이 말풍선을 통해 대비됩니다.

필요한 거 없냐는 말에

폭풍같이 몰아치는 속마음을 삼키고 괜찮다고 내뱉는 엄마.

한쪽 면에는 이렇게 만화가 있고, 그 옆에는 직접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노트가 마련되어 있어요.

생각만 하면 금세 잊힙니다. 생각을 내뱉고 적음으로써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다 명확해지죠.

                                    

애 낳고 모유 수유 한 분들 얘기 들어보면 진짜 무섭습니다.

모유 안 먹고 컸는데 전 너무 잘 자랐고, 제 애도 초유만 먹이거나 100일만 먹일 거예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모유 만능 설론 엄마를 괴롭히지 마세요.

분유도 모유도 둘 다 힘들어요. 장단점이 있죠. 내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근데 분유를 먹이는 엄마에게는 죄책감까지 느껴야 합니다.

아기가 모유로 인생이 결정되는 거 아닙니다.

                                    

초보 엄마의 우울증 뿐만 아니라, 초보 아빠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엄마만큼은 아닐지언정 아빠도 급변한 상황에 분명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요.

내가 힘들다고 나에게만 갇혀 있으면 벗어날 수 없어요. 잠시 고개 들어 주변을 둘러보고 대화하는 게 나를 지키는 더 건강한 방법입니다.

                                    

아이를 키우면 주변에서 얼마나 입을 대는지 몰라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외국도 똑같나 보네요.

속마음에 보이는 '어머니 아들은 뭐 완벽한 줄 아세요?' ...ㅋㅋㅋㅋㅋㅋ

좋은 말이어도 계속 들으면 짜증 납니다.

나쁜 말은 들으면 화내기라도 하지, 좋은 의도로 하는 훈계는 화내기도 좀 그렇고 100배쯤 더 짜증 납니다.

내 애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중간중간 이렇게 심각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SOS 코너가 있어요.

맛있는 것,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 남편의 정다운 말로 마음이 누그러지면 다행이지만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약과 상담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그런 처방을 무서워해선 벗어날 수 없는 기나긴 터널에 갇히고 맙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내 주변 사람들이, 내 아기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이 다른 산후우울증 책과 구별되는 점은,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유독 공감되고 위안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내 약해진 부분을 꺼내는 건 약점을 드러내는 게 아닙니다. 대화와 해결을 위한 발걸음이죠.

유병재가 한 말 중에 자주 되뇌는 말이 있어요

                                                                     

힘들면 얘기하세요.

우리 10개월 동안 배불러서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밤에 끙끙 앓고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몸 망가져가며 애 낳은 사람들이거든요!

왜 참기까지 해요!

슈퍼우먼 될 필요 없어요.

말만 하세요. 동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답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점점 까먹어가는 초보 엄마에게 꼭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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