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전쟁 -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로라 밴더캠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상합니다.

임산부 배려로 재택근무 중이라 출퇴근 시간을 아꼈고,

역시 감사한 배려 덕에 올해 업무도 가벼운 걸 받았기에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 않아도 근무 시간 내 계획한 일을 다 할 수 있는데, 초조합니다.

남들이 오늘 뭐 했냐고 물어보면 한 달째 늘 "바쁘다. 정신없어 죽겠다. 근데 한 거 없이 시간만 갔다."라는 모순된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일상입니다.

주어진 절대 시간은 늘어났는데 재택근무로 인한 불안감, 출산 준비(를 안 해서 생기는) 초조함이 시간을 좀먹는 느낌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일은 많이 하는데, 여유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멘탈甲인가보다~ 나는 멘탈이 저렇게 안돼.'라며 마냥 부러워 하기만 했는데, 그럼 타고나지 못한 저는 평생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시간 없다는 변명은 그만.

<시간 전쟁>에 시간 관리에 대한 해법이 담겨있습니다.


시간 파악하기

시간 관리를 하고 싶으면 먼저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시간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많은 노하우와 조언이 들어있지만, 책의 초반부부터 자신의 시간을 파악하는 방법과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부터 기술한 건 그런 이유일겁니다.

하루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작성하는 분은 이미 많으시죠?

전 정말 어마어마하게 급하고 중한 일이 아니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기한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저자도 체크리스트 작성을 추천하는데, 3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각 영역에서 2-3개를 작성해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권합니다.

- 일

- 인간관계 (남편과 외식, 친구와 조깅 등)

- 나 (치과 예약, 박물관 전시 관람 등)

오늘 하루할 일을 저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봤어요. 모두 체크하고 끝낼 수 있었네요.

오늘도 내일 할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잠들려고 합니다 ^^.

중요한 것은 스케줄을 꽉꽉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일정에 빈칸이 있어야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보낼 수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연속해서 일하는 것보다 중간에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게 효율도 더 좋죠.

빈 칸을 꽉 채우지 않음으로써 저도 오늘 갑자기 온 택배와 배당된 업무로 생긴 일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네요.

시간의 빈칸을 만들기 위해선 YES맨을 포기해야 합니다. YES만큼 NO를 말할 수 있어야 시간을 절제할 수 있고, 그 절제한 시간은 자유로 돌아옵니다.

내일의 나에게 미루는 습관도 시간 관리를 못하게 하는 주범입니다.

나를 너무 믿지 마세요. 오늘 못한 거 내일도 못하는 거 다들 몇십 년째 경험 중이시잖아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룬 나 덕분에 내일도 나는 정신없습니다. 결국 기한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징징거리는 것보다, 초장에 내 역량과 스케쥴을 파악한 후 거절해야 합니다. 거절당한 사람도 그래야 새로운 계획을 세우니까요.

인간 관계

위의 체크리스트 작성법에 특이하게 인간 관계가 들어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바쁠 땐 인간 관계에 드는 시간부터 줄여 시간을 확보하곤 합니다.

'일'과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나의 개인 스케쥴'에 비하면 인간 관계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바로 아래에 후술된 것처럼 기억할 만한 일들로 시간을 채울수록 늦게 흘러갑니다.

너무 힘들 때 혹은 혼자 있는 게 좋은 데 무리해서 인간 관계를 쌓으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저녁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이 계획되어 있는 날 업무 시간 내내 기분이 업되고 효율이 높아지는 느낌, 느낀 적 있지 않으신가요?

견고히 형성해놓은 인간 관계는 시간을 확장 시켜줄 뿐 아니라 다른 좋은 인연으로의 확장, 기회가 되어 돌아옵니다.

기억할 만한 일들로 시간을 채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갑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 비해 5G의 속도로 흘러갑니다.

어릴 때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도 많고, 평범한 일상 하나하나를 재밌고 즐겁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책임 / 강렬한 감정 / 색다른 기억 / 가족, 친구와 보내는 긴밀한 시간의 기억이 많을수록 시간의 속도는 늦춰집니다. 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낸 사람보다 시간을 확장해서 느낄 수 있죠.

기억할 만한 일을 만들겠다고 늘 색다른 것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늘 가던 식당, 늘 시키던 메뉴를 벗어나 도전하기, 평소와 다른 곳에 주차하고 풍경을 즐기며 걷기 등 일상을 살짝만 바꾸어도 그날의 시간은 확장됩니다.

평범한 오늘 속에서 살짝 바꿀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매일 아이를 씻기지 않아도 된다

- 상사가 들어왔을 때 바빠 보이지 않으면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야. 상사 출근 전에 책상에 앉아있어야겠어.

- 매일 애를 씻기고 빨래를 해놓지 않으면 쑥대밭이 될 거야!

- 1시간 이내에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으면 상대가 날 무능하게 볼 거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평소 시간에 쫓기며 초조하게 해내던 일을 그만둬도, 서로가 자신의 작은 세상 안에서 자신의 일을 하기 때문에 남들은 허탈하게도 변화를 캐치하지 못합니다.

내 신속한 세탁 서비스는 며칠 안 해도 티도 안 나며, 상사는 내가 밥을 30분 만에 먹고 일을 하고 있는지 1시간 동안 먹고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물론 내 '시간 탈옥'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적절한 논리를 대어 협상을 하면 됩니다.

협상 시도도 해보지 않고 (대부분은 협상 할 필요도 없이 허무하게도 나 말곤 아무도 모르겠지만)매일 하지 않아도 되거나 위탁할 수 있는 일로 내 시간을 좀먹을 필요 없습니다.

시간 배당금

주식이 두고두고 수익을 내듯, 시간도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해놓으면 계속 시간 배당금을 줍니다.

요즘 온라인 고객센터에 들어가거나 전화를 걸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아놓고, 직원 연결 대신 안내 음성으로 대신합니다. 처음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들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습니다.

집안일도 마찬가지죠.

남편이 하면 뭔가 어설프고 느리고 내 일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같지만, 시켜야 합니다.

시켜서 숙달되게 만들면 그 후로 내 시간은 주기적으로 확보됩니다.

안락한 미래를 위한 약간의 시간 투자는 막대한 배당금으로 보상됩니다.

시간을 음미하라

잠시의 짬이 생기면 바로 휴대폰을 켭니다.

사실 짬이 없을 때도 화면이 켜지거나 알람이 울리면 바로 휴대폰을 확인하지만...

겨우 생긴 여가시간에 휴대폰으로 '모양 모군 스캔들' '오늘의 핫딜' 따위를 보고 나면 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휴대폰을 보는 10분보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감상하는 10분은 훨씬 천천히 갑니다.

속도를 늦추고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면 시간이 하나하나 분명하게 인식됩니다.

돈과 생각의 힘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다지만 행복을 보다 쉽게 가질 수 있는 도구는 되는 것 같습니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으니까요.

당장 가전제품만 해도 그렇습니다. 세탁기 건조기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모두 내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아끼게 해주는 효자템입니다.

짜증 나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즐거운 시간을 늘려주죠.

돈으로 시간을 살 것인지, 시간으로 돈을 아낄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어릴 땐 늘 시간으로 돈을 아끼려고 했는데, 지금은 내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돈을 쓰는 경우가 더 많고,

삶은 더 풍족해졌습니다.

하루의 어느 순간 책 진짜 읽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책장을 덮고 싶은데, 딱히 덮고 할 일도 없습니다. 그럴 땐 딱 1장만 더 읽자며 이를 갑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막상 1장 읽고 나면 다음 장이 궁금해서 이어지곤 합니다.

한때 운동을 열심히 할 때도, 정말 너무 드릅게 하기 싫으면 딱 한 세트만 더 !!! 한 세트만 더!!! 속으로 외치며 하다 보면 1시간이 금방 가곤 했습니다.

이게 생각의 힘이죠.

기나긴 겨울이 싫어도 겨울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축제를 생각하면 힘이 되곤 합니다.

'이것 역시 지나갈 것이다. 이것 역시 좋다.'라고 되뇌며 생각을 훈련하다 보면, 어차피 흘러갈 같은 시간을 보다 행복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을 과대평가하곤 합니다. '이 정도는 하지' 목표를 높게 잡고 기대가 현실을 넘어서는 순간, 고통이 됩니다. '<시간 전쟁>을 읽었으니 내일부터 3시간의 여유시간을 갖겠어! ' '내일부터 당장 하루에 1시간씩 운동할 거야!' 나오지 않는 시간을 억지로 쥐어짜내면 자기혐오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초조한 마음은 시간을 좀먹기에 조금씩 천천히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작은 목표를 삼고 "이 정도면 됐다"라는 마음가짐이 시간을 불러들입니다.


직장에서는 늘 바빠 보여야 한다. 절대 먼저 하면 안 된다. 먼저 하면 당한다!

라는 생각으로 6년 차 직장인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누가 한량으로 보는 것도 아닌데 "요즘 어때?"라는 질문엔 "바빠 죽겠다"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바빠 보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은 나보다 더 많이 하는 게 분명한데, 여유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드는 생각은

'부럽다. 똑똑해 보인다. 배우고 싶다.'

매일 바쁘다고 불평불만 투덜투덜 대는 사람들한테는

'아 왜저랩'이라고 생각하며 은근히 피했죠. 내가 그러면서!

여유 넘치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는 문구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여유가 넘쳐서 괜한 일을 맡아 바쁜 게 아니라, 쓸데없는 일을 거절 못 해서 바쁜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같은 24시간을 6시간처럼 쓰는 사람이 있고, 30시간처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돌이켜 보면 하루가 텅 빈 것 같은 분들께 <시간 전쟁>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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