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혁 단편선 화점
오민혁 지음 / 거북이북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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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짧은 만화에 담아낸 인생

 

 

1. 화점

2. 달리와 살바도르

3. 아이스크림

4. 룰렛

5. 매듭

6. 우주어 (宇宙魚)

 

총 6장으로 구성된 만화입니다.

 

원래 네이버에 <오민혁 단편선>으로 2015-2016년도에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단편 연재를 하였는데

마지막 장인 신간 6. 우주어를 포함하여 책으로 나왔네요.

 

워낙 웹툰을 잘보는지라 이미 알고 있던 인상깊은 만화였는데, 이렇게 나오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웹툰에선 1-5장까지 무료로 보실 수 있어요.

 

13학번 이시라는데 13학번이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라는 놀라움이 절로 나오는 명작이니 시간 나실 때 꼭 보시길 바랍니다! 단편이라 부담없이 볼 수 있어요.

 

 


1. 화점

                                

교사와 스승의 차이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죠?

교사는 학교나 학원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스승은 나를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젊은 프로바둑기사 한수는 어릴 때 부터 신동으로 추앙받았고, 드높아진 자신감은 자만감으로 변해 승리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어릴 때 부터 한수를 봐온 스승님은 그런 한수에게 다른 가치를 알려주려고 하지만, 한수는 스승마저 무시합니다.

스승님이 돌아가신 후, 악몽을 꾼 한수는 자기도 모르게 스승님과 지냈던 옛 집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어떠한 계기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져도 재밌게 하기만 하면 돼!"

제가 늘 하는 말인데, 사실 저도 지면 기분 안좋습니다.

"패배자의 변명일 뿐이지"

이기지 못하면 내가 밟아왔던 모든 과정들이 무시당하고, 부정당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승리만을 위한 인생을 살면 너무 피곤하잖아요.

돌을 잠깐 내려놓고 세상을 둘러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됩니다.

 

2. 달리와 살바도르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2개 중 하나입니다.

 

불쾌한 골짜기 아시나요?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입니다.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혹성탈출 등을 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로봇, AI, 동물이 나옵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적용한 영화죠. (최근 캣츠 영화도 있었지만 캣츠는 그것 땜에 망했죠;)

특히 과학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발달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수도 있다는 공포가 제일 큰 것 같아요.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가진다면,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가진다해도 로봇은 로봇인걸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4. 룰렛

                                

가장 인상깊었던 2번 째 에피소드예요.

너무나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던 쌍둥이형제.

내기 도박을 하며 부를 쌓은 '포우'가 3살 때 고아원에서 헤어진 형제 '도일'을 찾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내기를 합니다. 잘나가는 부자 '포우'가 왜 '도일'을 굳이 찾은걸까요?

 

에드가 엘렌 포, 아서 코난 도일 모두 추리소설의 대가죠.

그들의 이름을 딴 만큼 한 눈 팔면 함정에 빠져버리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도박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들키지 않으면, 속임수가 아니니까."

 

 

5. 매듭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 - 알베르 카뮈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죠.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은 광활한 까만 우주와 제한된 사람만 만나는 (그것도 친하지도 않은!) 우주탐사선 속에 있다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겁니다.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면 이렇게까지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텐데, 여럿 속에서 느끼는 고독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집단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 그런 문제를 정말 소름끼치는 방법으로 표현한 작가의 능력이 놀랍습니다.

 

 

6. 우주어(宇宙魚)

                                

처음엔 한자 제대로 안봐서 우주의 말(語)인 줄 알았어요.

능력있는 축구선수 토비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딸을 사고로 잃습니다.

그에 따른 상실과, 어떠한 계기로 인한 회복을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6장은 웹툰에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보시길!

 


하나하나 깊은 울림을 주는 명작입니다.

 

짧은 단편에 어쩜 이렇게 긴 여운을 주는 내용을 담았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한 번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내 생각나고 한 번 더 읽으면 다시 또 다른 의미로 와닿는 그런 만화입니다.

웹툰으로 1-5장까지 볼 수 있는데도, 곁에 두고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있게 책으로 소장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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