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린 물고기 사계절 그림책
박정섭 글.그림 / 사계절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고?

거짓 소문이 몰고 온 한바탕 소동

코로나로 인해 온 국가에 비상이 걸린 지금.

손에 손잡고 다같이 토닥이며 혼란을 극복해야 겠지만,

혼란을 같이 이겨나가려는 노력보단 각종 혐오와 가짜뉴스로 국민이 분열되어가는 모습만 보이는 요즘 뉴스에 씁쓸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국에 일침을 날리는 그림책 <감기걸린 물고기>입니다.


                                

배고픈 아귀.

아귀는 물고기 떼를 잡아먹고 싶지만,

하나하나는 미약한 녀석들이 똘똘 뭉쳐 헤엄쳐 다니니 잡아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 배고파! 저 녀석들을 잡아먹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좋은 방법을 떠올린 아귀.

"얘들아~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처음엔 아귀의 말을 무시하던 물고기 떼지만...

                                

"감기 걸리면 열이 펄펄 나잖아. 그래서 빨간 거야! 그런 것도 몰랐어?"

                                

"어쩐지... 빨간 게 기분이 안 좋더라고."

"우리 가족이 위험해지겠어."

"우리한테 옮을지도 몰라. 같은 색끼리 뭉치자!"

"당장 내쫓지 않고 뭐하는 거야!"

다양한 색의 물고기들이 서로 힘을 합쳐 모여있던 물고기 떼였지만,

아귀의 말에 분열이 시작됩니다.

"아니야... 우린 감기 안걸렸어. 원래부터 빨간색이었어!!!!"

빨간 물고기의 항변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당장 나가!!!"

결국 무리에서 쫓겨나는 빨간물고기.

이제 더이상 무리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빨간 물고기는 아귀에게 잡아먹히고 맙니다.

                                

그렇게 계속 아귀에게 속아 다른 색깔 물고기를 쫓아내는 물고기 떼.

무리의 수가 점점 작아지네요.

                                

그러다, 검은 물고기 한 마리가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소문은 누가 내는 거지?"

"믿어도 되는 거야? 이상하지 않아?"

"진짜 감기에 걸린 걸까? 감기 걸린 물고기 본 적 있어?

"하! 뭐? 지금 감기 걸린 물고기 편드는 거야? 너희들 의심스러워."

                                

분열은 더 심해지고,

서로에 대한 비방까지 일삼는 물고기들의 모습.

결국

.

.

.

                                

아귀한테 모두 잡아먹히고 맙니다.

(책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 아니예요.)


며칠 전 <JTBC 팩트체크>에서

코로나 환자들로 퍼지고 있는 사진 5장을 검증하더라고요.

지하철, 대형쇼핑몰, 빵집 등등 5곳에서 전신보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과 쓰러진 사람 등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결과는 전부 코로나와 관련없는 환자들을 SNS에서 코로나로 둔갑시킨 가짜사진이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관련이 아니더라도 소방대원 출동 시 전신 보호복을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신보호복을 입은 구급대원과 쓰러진 사람을 본 시민들이 오해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고 합니다..

길가다가 이런 광경을 보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혹시 모르니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건 좋지만, 상관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올리거나, 올린 후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는데도 내리지 않는 행위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관심을 끌기 위해 본인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죠.

안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페이크뉴스들 덕에 각종 혐오와 걱정만 더 늘어갑니다.

혐오 사회

틀딱충 급식충 맘충...

여성혐오 남성혐오 노인혐오...

뉴스와 댓글을 보고 있자면 요즘의 대한민국은 '혐오 사회'라고 불러도 될 만큼 각종 혐오 표현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상황과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정사실 마냥 퍼지는 '페이크뉴스(가짜뉴스)'가 분명 혐오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죠.

곰곰히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을텐데,

현대인은 너무 바빠 사실을 분석하고 깊게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거짓 소문에 금세 휩쓸리고 맙니다.

물고기들이 분열되면서 하는 말 읽어보셨나요?

정말 공감되고 깊게 생각하게 하는 대사가 많습니다.

"같은 색끼리 뭉치자!"

"너희 쟤네 편드는거야? 너희도 수상해"

"내가 직접 봤다고!"

떠오르는 생각이 많지만... 속으로 삼킵니다.

한발짝 떨어져서 보니 참 바보같은 물고기들인데, 마냥 즐겁게 볼 수 없는 건 물고기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 사회를 닮았기 때문이겠죠.

비판이 아닌 비난과 혐오가 만연하는 사회가 아닌,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