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커버 에디션)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가는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 있던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600p에 달하는 두께에 바빠서 읽을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짧은 여유에 책장을 넘기자 마자 빠져들어 다른 일을 잠시 미뤄두고 단숨에 다 읽어버린 책입니다.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외에도 여러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입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으로 찾아온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홉 명의 사람들.

차도, 휴대폰도 허용되지 않는 이곳에서 열흘 간 '평온의 집'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들의 트라우마와 고민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

매혹적인 겉모습 뒤로 '평온의 집'이 가진 어둠.

열흘 후, 그들은 바람대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갈 수 있을까?

놀라운 치유가 필요하신가요?

열흘 후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겁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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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휴양지에는 많이 가보지 않았어요.

제 나이에는 휴양지가 어울리지 않고, 젊었을 때 발로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휴양지에서 보내는 가격이 가벼운 캐리어와 함께하는 자유여행 가격보다 훨~씬 비싼 것도 이유 중 하나구요.

이 비싼 '건강 휴양지'에 온 사람들도 돈이 없어서 걱정인 사람들은 아니예요.

돈이 걱정거리가 아니라니, 그다지 큰 어려움이나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겠거니 싶기도 하죠?

누군가는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누군가는 어긋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누군가는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실패한 삶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이곳까지 옵니다.

책의 초반에는 아홉 명의 인물 대부분을 '고작 이정도 이유'로 비싼 돈을 들여 건강휴양지에 왔다고 여겼어요.

저도 그렇지만 소설의 인물들도 각자 서로를, 혹은 본인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각자 작가의 생생한 표현과 현실적인 캐릭터들의 속마음과 행동에서

겉보기와 다르게 각자 속에 지닌 어둠은 작지 않구나, 를 느끼게 됩니다.

이 건강휴양지의 관리자는 손님들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요.

자신의 방식에 대한 놀라운 믿음과 능력으로 그간 많은 손님들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더 효과적이고, 극적인 변화를 손님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던 관리자 마샤는 이번 아홉 명의 손님들에게는 더 특별한 방법을 적용하게 됩니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난관 속에서 제각각 다른 반응을 하며 점점 속내를 서로에게 털어놓는 아홉 명의 타인들을 지켜보며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할까?'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겠어.' '이정도까지 할 일이야...?'

라고 생각하는 재미도 톡톡합니다.

아홉 명의 타인들은 서로의 아픔들을 알아가며 보듬어 주고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결과가 긍정적이면 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괜찮을걸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과정은 이 사람들의 실수는 아니었지만...

관리자가 다른 곳에 만든 건강휴양지에 다시 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씁쓸하기도 했구요.

거액을 주고 변화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지만, 결국 그들을 바뀌게 한 건 건강휴양지의 잘 짜여진 커리큘럼이 아니라 진솔히 털어놓은 마음이었습니다.

언제든 마음 먹고 상대에게 솔직해진다면 바뀔 수 있었지만 그간 시도도 못하고 서로 외면하고 상처주고 오해하며 헛되이 보낸 시간들.

나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바라보던 시간들.

놀라운 치유는 외부가 아니라 나에게서 온다는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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