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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를 입은 아이 ㅣ 키다리 그림책 45
크리스틴 발다키노 지음, 이자벨 말랑팡 그림, 신수진 옮김 / 키다리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렬한 색의 표지가 눈에 띄는 아름다운 그림책
<원피스를 입은 아이>입니다.

모리스는 월요일이 좋아요.
학교가는 게 좋거든요.
그림그리기도, 간식시간도, 노래 부르는 것도 좋습니다.
(원피스 입는 걸 좋아하는 건 이해해줄 수 있지만 월요일과 학교가는 걸 좋아하다니 이건 좀...)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건 특별활동실의 주황색 원피스입니다.
눈부신 주황색 원피스를 보면
용맹한 호랑이, 이글거리는 태양, 다정한 엄마의 머리 색깔 같은 것이 떠오르거든요.
하지만 남자애들과, 이따금씩은 여자애들까지 모리스를 놀립니다.
사실 다 들리지만 애써 안들리는 척 하며 모리스는 모르는 척 걸어갑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학교지만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나니 모리스는 학교에 가기 싫어졌습니다.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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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는 이대로 아이들의 놀림에 상처받고
자기가 좋아하는 원피스를 포기하게 될까요?
며칠 전에 포스팅한 <케빈은 공주님>과 겹치는 부분이 많네요.
케빈과 모리스 모두 [여자아이옷]으로 규정된 원피스를 입으려고 하고,
이를 아니꼽게 보고 놀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가족의 지지와 당당한 자세로 그런 편견에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규범에 대항하는 사람들은 늘 이런 말을 듣습니다.
"왜 괜히 다른 사람들 눈 밖에 나려고해? 그냥 하던대로 하면 안 싸워도 되는데."
"싸우면 니 손해야~ 왜 사서 고생을 해?"
"니가 그러는 모습이 남의 눈에 꼴보기 싫으니 하지마. 꼴보기 싫은 점이 민폐인거야."
이런 말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과 싸우기 싫어서 결국 기존 규범대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런 말이 무서워 그만두지 않고 계속 나아간 사람들이죠.
그 시대에는 괴짜로 불린 사람들 중에 지금보면 천재가 많은 것 처럼.
미국의 실리콘 밸리 들어보셨죠?
하이테크 산업의 성지, 세계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실리콘밸리에는 왜 이렇게 유난히 인재들이 많이 모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일까에 대한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바로 도시의 다양성 덕분이라고 합니다
미국 내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미국 내 게이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낯선 이에 대한 반감이 가장 낮은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인 것이죠.
도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의 석학 리처드 플로리다의 연구를 참고해보겠습니다.
도시의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 도시 별로 게이의 밀집도를 조사한 결과 하이테크가 발달한 도시일수록 게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게이가 똑똑해서 첨단 산업이 발달했다는 건 아닙니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그 맥락을 분석합니다. 게이 공동체를 받아들일 만큼 관용이 있는 곳에 다양한 인재들이 몰린다는 겁니다. 다양성, 개방성에 근거한 관용의 문화가 첨단 산업의 발달, 나아가 경제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도시와 대도시 지역은 이른바 '경제 발전의 3T', 즉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 측면에서 탁월한 곳이었다. 이들 도시는 첨단기술 산업의 중심지이며 인재를 배출하는 훌륭한 학교 시스템과 연구 대학을 갖추고 있으며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어서 성별, 인종, 민족, 성적 취향에 개의치 않고 인재를 끌어모으고 유지할 수 있었다.
- 리처드 플로리다, 안종희 옮김, 2018,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매경출판, 10쪽
'동성애는 사회적 다양성의 마지막 전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성애자에 관대한 지역은 모든 종류의 사람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을 겁니다. 이방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데이터 분석에서 알 수 있듯 첨단 산업이 발달한 곳은 이방인도 많았습니다. 이방인들이 첨단 산업의 발달을 추동했다는 게 아니라, 타자를 품을 수 있는 시선이 있는 곳에 다양한 인재가 몰리고, 그러게 경제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뜻합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128333&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저번에 케빈은 공주님 때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 옷을 입고 싶다고해서 게이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위의 기사에 적힌 대로 민족, 성별, 인종, 개인의 취향에 개의치 않고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일수록 창의력이 높은 사람들이 모이고 빠르게 발전한다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 중에는 유독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였으면 자폐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었을까요?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는 사람들은 결국 도태될거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