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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첫 일 년
레나 안데르손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먼지쌓인 짐들을 정리 하다가
오래된 일기장이나 앨범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과거에 남긴 내 흔적을 보고있노라면 그 어떤 베스트셀러책보다 재미있습니다.
'내가 예전에 이런 일을 했다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야??'
엉성한 글씨에 맞춤법이 다 틀려있어도 그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어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주는 선물같기도 하고, 그때는 그렇게 쓰기 싫었는데
시간 지나고보니 더 열심히 쓸 걸 싶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부모가 사랑하는 아이의 첫 일 년을 기록해서 직접 만드는 그림책이랍니다.
아기의 사진을 붙이고 아기의 매순간을 손글씨로 기록하게 되어 있어요.
한정된 면지에 어떤 사진을 붙이는 게 좋을 지
남편과 사진을 여러 장 펼쳐놓고 고민하며 사진을 찍던 그때 상황을 떠올고 마주보며 웃을 것 같아요.^^
고민없이 쉽게 쓰고 틀리면 흔적없이 지울 수 있는 방법도 좋지만,
어떤 말을 써야할 지 한 마디 한 마디를 고심하며 가장 사랑스러운 단어를 내 아이에게 전달해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가득 담긴 정성으로 가득한 이 특별한 동화책은 먼 훗날 그때의 추억과 사랑을 일깨워 줄 각별한 선물이 되겠죠?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슴도치 그림과 함께 아이의 첫 일 년을 꼼꼼히 기록할 수 있게 되어있답니다.
산모수첩에든, 다이어리든 아이의 처음을 기록하려고 하면 무슨 말을 적어야 할 지 헤매게 되는데, 이 책에는 기발하고 사랑스런 가이드라인 덕에 고민 할 게 없답니다!

사실 아이 이름 지을 때 여러개 중에 하나 고르게 되죠.
여러 후보 가운데 고심고심하게 되지만 막상 하나 고르고 나면 다른 이름들은 잊어져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기억하고 시간이 지나 그때 추억을 되돌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네요.
아이가 탈락한 이름을 보고 '난 이 이름이 더 좋은데ㅡㅡ' 하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ㅎㅎ

부모 뿐만 아니라, 방명록 삼아 아이의 백일을 축하해 준 분들에게 한 마디 씩 적어달라는 것도 큰 의미가 될 것 같네요.

지금은 당연하게 척척 하는 것들인데,
이걸 내 아이가 처음 해낸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대견할까요?

나이들면 좋아했던 것과 싫어했던 것이 바뀌게 될텐데,
이렇게 기록해놓고 훗날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너무 새로울 것 같아요.

저에게는 벌써 아으 춥네 덥네 날좋네 하다 무심하게 지나가버린 몇 십번의 사계절들이지만,
이 책이 있어 이번 봄여름가을겨울은
내 아이의 처음까지 무심하게 보내버리지 않고 세심히 살펴볼 수 있겠네요.

며칠 전 조카 돌잔치를 했는데,
조카 돌선물을 뭐하지뭐하지 하며 제가 더 설렜었어요.
조카 돌잔치도 이렇게 설레는데, 내 아이의 돌잔치는 얼마나 설레고 감개무량할까요!!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아이의 첫 생일로 끝이 난답니다 ^^
사진 몇 장으로 끝나는 돌잔치 기록이 아니라, 이렇게 보내면 더 특별하겠죠!
나이들어 처음 느끼는 감정, 처음 느끼는 맛 등등 <처음>이 사라진 나에게
같이하는 <처음>을 선물하는 나의 아기.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지만 사실 부모 스스로에게 더 큰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이제 곧 이 책을 기록할 날이 저에게도 오겠네요.
그때를 기다리며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