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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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young-taek/221210474033

 

'국가의 사기'는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알려진 우석훈 교수의 18년 첫 작품이다. 이 책을 접하게 된 이유는 김영사 서포터즈 미션도서라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서포터즈 분들과 마찬가지로, 미션 완수를 위해서만은 읽지 않았다. 그건 좋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사기, 제목에서부터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한다. 책의 내용은 가히 폭로라고 할 만하다. 몰랐던 사실과 무관심으로 인해 혹은 어렴풋이 앎으로 인해 사기당하는 상황에 방치되어 있음을 직시하게 해준다. 사기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상황설명에 이어 사기의 역사를 서술해줌과 동시에 좀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침묵이 길어지면, 사기꾼들이 다시 돌아온다."라는 말로 독자들에게 함께 감시자가 되기를 촉구한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왜 개인은 맨날 속는가?" 에서는 개인이 속는 이유와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해준다.
   둘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벗어 나오기 힘든 구조를 '이념'과 '클랜'이라는 현상으로 폭로한다.
   셋째, "네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 에서는 제목으로 조롱하듯 묻고 '사기의 역사'를 훑어주면서 곪아가는 문제들에 대해서 폭로한다.
   넷째,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잘해도 기본은..." 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어서 안부를 묻는 인사와 표현하는 감사가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하듯, 언어유회를 사용함으로써 국가의 '인사제도'가 국민에게 안부를, 국가의 '철저한 감사'가 정책과 방향에 대한 진정성을 표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경제학자들은 때로 사람들을 속인다.
일부러 속이는 경우는 없더라도, 집단으로 속이고, 협업해서 속인다.
경제학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속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속임수 중에서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것이, 지나친 전문용어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약어들, 보고 싶지 않은 말과 글을 남발하는 것이다.
p.25

경제 활동에서 모두가 아는 정보는 아무 정보도 아니다. 남들도 아는 것, 자기만 아는 것, 이 양극단의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그냥 '노이즈'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자기만 아는 것은 혼자만 속는 경우다. 모두가 아는 것도 혼자 속는 경우다.
p.50
part 1.
크게 세 가지 - 주식, 다단계, 은행(신용등급)- 만 소개하고자 한다. 국가의 소극적 발언, 즉 국가의 무책임함을 보여 준다.

우선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두 가지 속임 속에 소탐대실을 넘어 대탐생실에 이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첫째, 주식
사람들이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 배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걸 요즘은 점잖게 '가치투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국의 주식회사는 전통적으로 거의 배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배당이 아니라 거래에 대한 시세 차익이 중심이 되는 증권시장이 형성되게 되었다. 보유의 미덕은 사라지고, 시세 차익이 증시의 기본이 되었다. p. 55

국가는 알코올, 도박, 마약, 게임을 4대 중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것을 자제하라고 공익광고도 한다. 주식은 이런 것과 많이 다른가? 차이는 딱 하나다. 모든 정권은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에 주식이 활황이 되고, 지수가 올라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공공연히 주시글 자제하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p.62

이 부분을 통해, 어느 순간 주식에 대한 개념이 바뀐 본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주식이라는 것을 접하게 된 것은 게임(군주 온라인)이었다. 게임에서는 배당이라는 것이 있어서 주식 수에 비례해서 정기적인 배당을 통해 게임 돈이 들어왔었다. 이런 기억이 있는데, 어느 순간 뉴스에서 접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얘기와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소식만 접하다보니 본인의 생각과 방향도 '시세 차익'을 노리는 때와 주기적인 시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둘째, 다단계


합법 다단계와 불법 다단계의 구분은 방문판매에 관한 법이 규정한다. 법에서는 최소환의 관리규정을 두고, 그걸 지키면 합법이라고 말해준다. 합법이면 좋은 거 아냐? 그런 건 없다. 법의 관리규율 안으로 들어가면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p.66
합법 다단계라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피해 보장만 되는 것이 '합법' 다단계다. 합법이라고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진입 장벽이 낮은 다단계는 겉보기에 얼마나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부유하게 할 만큼 탐스러운가!' 다단계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은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이다. 물론, 다단계를 통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극히 소수다. 대다수는 그들의 부를 축적시켜주는 유통 과정의 한 단계에 머물때가 많다.

셋째, 신용등급
신용등급은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있다. 가장 간단한 신용의 기준은 은행 마이너스 통장, '마통'이다. 금융 세계에서 가장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분류법이다. 3등급부터는 은행 마통은 남의 나라 얘기다. 이제 2등 국민의 세상이 열린다. 이른바 제2 금융권의 세계가 열린다. 여기에서 돈을 빌리면 빌릴수록 신용등급은 내려간다. 민주주의 같은 것은 한국 금융에는 없다. 더 가난한데도 더 비싼 비용으로 돈을 빌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제1금융권인 은행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기는 현식적으로 어렵다. 이제 밑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p.81~82

냉정하게 판단하면, 현재로서는 좋은 대학 졸업장보다 좋은 신용등급을 만들 수 있는 자산과 금융 거래가 더 중요하다. 금융 여건이 지금 그렇다. 그리고 점점 관계형 금융보다는 인터넷 금융으로 가자고 하면서, 우리를 더욱더 신용지옥으로 끌고 가고 있다. 국가가 방치한 금융 부문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이 너무 간혹한 현실로 내몰고 있다. p.100~101

정보를 알아도 활용할 수 없는 비참함. 가능성보다는 지금의 상황만으로 신용등급이라는 이름으로 점수를 매긴다. 매겨진 점수는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향상되지 않는다. 은행들의 광고는 하나 같이 서민을 위한 은행, 서민을 위한 금융이라 하지만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도 낮을 수밖에 없는 신용등급. 이들에게 어려운 대출, 과연 옳은가? 좋은 국가의 은행이라면 저신용자들이 정말 필요할 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금 해줘야 하지 않을까? 돈은 편리함을 위해 고안되었는데, 편리함은 사라지고 돈의 많고적음에 따라 등급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것이 참으로 아이니러하다.




2017년, 한국의 공무원들은 존경받는 데는 여전히 실패한 것 같다. 공무원이 하는 일이니까 믿는다, 이런 건 적어도 한국에는 없다. '나라님'을 믿는 할아버지는 있어도 공무원을 존경하는 국민은 없다. 공무원을 믿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참는 것이다. 존경받는 공무원, 이건 아직 우리의 현실과는 좀 거리가 멀다. p.117

part 2.
"북한의 김정남이 많고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중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질문에 대해, 인근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답을 제시한다. 두 나라를 비교한 후, "우리나라의 공무원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공무원의 실패, 즉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를 '이념'과 '클랜'이라는 현상으로 풀어나간다. 그 중 두 가지 - 한전의 민영화, 물부족 국가-에 대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한전은 민영화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민영화 흐름이 도래한 것은 1997년 12월 IMF 경제위기 이후의 일이다. 한전을 민영화하자는 논쟁이 생겨났다. 2000년 일본 전력회사 모델을 따라가기로 결정했고, 2001년에는 배전과 발전을 분리해서 6개의 발전자회사로 나누게 된다. 아직 이건 민영화는 아니다. 가는 중간단계다. 그렇지만 거대한 덩치의 한전을 일곱 개의 서로 다른 회사로 나누어놓았기 때문에 민간에 팔기 쉬운 구조가 된 것은 사실이다. p.129~130

분리된 상황을 한전도 자회사도, 모두 좋아한다. 회사로 한전 하나가 있을 때는 사장 한 명, 간부 두 명, 감사 한 명, 이리저리 해봐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몇 자리 안 되었다. 지금은 한전 하나 있던 시절보다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10배 이상 많아졌다. p.134

둘째, 물부족 국가, 대표적인 가짜 뉴스.

한국에서 물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가잘 처음 접하게 되는 표현은 아마도 "한국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일 것이다. 그렇지만 UN이 공식적으로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지정한 적이 없다. 20년 이상 통용되는 'UN 지정 물 부족 국가설'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가짜 뉴스'일지도 모른다. p.176~177

'물의 문학'이라는 아주 멋진 이름을 가진 학문을 공부하 사람들이 물 브라더스다. 그들의 제1명제는 '한국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제2명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국에는 점점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다. 그리고 제2명제의 보조명제로 '비는 더 많이 오지만 가뭄도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 명제들의 결합으로 물 브라더스의 수문학이 내린 결론은, 4대강 공사가 필요하고 그 상류지역에도 대대적인 공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22조 원이 들어갔다. 돈도 돈이지만, 생태적으도 피해가 너무 크다. p.181~182

'한강의 기적'을 통해 급성장한 한국은 과거의 기적에 갇혀 있다. 같은 방법(건설)으로 돈을 벌고 같은 방식으로 논리를 펼친다. 자본주의가 반성을 해 본 적 없듯이, 한강의 기적 또한 반성이 없다. 계속 갈 뿐이다. 더 이상, 한강의 기적이 한국의 기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part 3.
여기에서는 공무원들의 반성하지 않음, 자원외교, 최대의 삽질인 4대강, 존재 자체가 사기인 선분양과 분양권, 좀비같은 버스 준공영제, 건물주를 꿈꾸게 만드는 관트리피케이션을 다룬다. 이 중에서 분양과 버스 준공영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후임자가 앞 사람이 했던 일을 '실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큰일을 잘못했다고 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건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그래서 가장 부드러운 방법은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보고하고,
은근슬쩍 없던 일 혹은 못 본 일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중단된 사업은 기억 너머로 사라진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바둑은 복기가 생명이라고 한다.
한국 행정에 복기라고는 없다.
책임질 사람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국가도 복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p.237~238

첫째, 존재 자체가 사기인 선분양권, 만들어진 사기.

분양. 강아지 분양, 고양이 분양, 새로 태어난 반려동물을 나누어줄 때 사용한다. 그리고 아파트를 분양받눈다고 표현한다. 아파트 분양?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원래 있던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없던 말이다. 아파트라는 말도 없었고, 분양이라는 단어도 이렇게 사용되지는 않았다. 두 단어가 합쳐져 사용된 것은 박정희 시대의 일이다. p. 267

1955년과 비교하면 죽어라고 경제 발전을 했던 국민 25% 내외가 자기 집에 살다가 이제는 남의 집에서 월세나 전세를 살게 된 것이다. 남의 집에서 살기 위해서 우리가 경제 발전을 한 것일까? 결과는 그렇다. 청약저축 등 분양제를 도입한 이후로도 7~8%의 국민이 오히려 집이 없게 되었다. 서민들이 자기 집을 가지게 해준다는 약속은 평균적이고 구조적으로,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집 없는 국민의 비중이 늘어났다. p.289

둘째, 만들어진 좀비, 버스 준공영제

2004년 7월, 서울에 버스중앙차선제가 도입된다. 그리고 버스와 지하철 사이의 환승제가 도입된다. 쿠리치바에서는 버스중앙차선제가 시행되면서 버스 요금이 내려갔는데, 서울에서는 오히려 버스 기본요금과 지하철 요금이 올라갔다. 물론 환승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내려가지만, 기본요금 자체는 올라가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 TV에는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교통비가 내려갔다고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만 나왔다. 기본요금 자체가 올라갔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청계천과 함께 MB에게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공고해졌다. 그리고 그 힘으로 2007년 12월, MB는 대통령이 되었다. p.298~299

버스중앙차선제와 함께 서울에는 버스 준공영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들어왔다. 아주 희한한 제도다. 영원히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버스 준공영제의 실제 내용이다. 그리고 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회사는, 나중에 엄청나게 큰 제도적 개혁이 있지 않는 이상, 재산권도 인정받고, 이윤도 인정받는, 영생불멸의 혜택을 받게 된다. p.299, 303

편집의 힘을 실로 위대하다. 유리한 인터뷰만으로 이미지를 구축하여 MB를 대통령이 되는 데 힘을 실어줬으니 말이다. 물론, 당시의 경제상황에 따라 '경제 대통령'이라 불린 MB가 필요하다고 여겨진 시점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버스 중앙차선제와 환승제도는 실로 편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몰랐다. 이면에 숨겨진 불편함을!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기본요금이 내려갔다는 사실을. 우리는 계속 올라만 간다. 버스 요금뿐만 아니라 지하철 요금도 각각 올라간다. 대중교통이라는 점에서, 준공영제 어렴풋이 생각하고 내용만 보면 긍정적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은 일어나지 않고 운전 기사분들과 노동자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노선과 버스만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멈춘 느낌이다. 생명없이 멀쩡하지 않은 채 걸어다니는 좀비와 같은 느낌이다.


part 4.
마지막 파트는 당부의 느낌이다. 그리고 부탁하는 느낌이다. 궁극적으로는 청유한다. 언어유희를 사용함으로써 인사와 감사가 기본임을 얘기하고, 우리의 고장난 브레이크들 -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평가 - 을 진단한다. 기본인 감사를 더 제대로 하기 위해 여러 모델을 제시하고, 고장난 브레이크를 진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인 브레이크인 국민투표를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감시자가 될 것을 요청한다. 귀찮다고 침묵하게 되면, 사기꾼들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에티켓의 눈으로 보면, 개인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가지 말만 잘 해도 삶의 기본은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좌파든 우파든, 인사와 감사만 잘 해도 기본은 한다. 좋은 사람을 잘 뽑는 인사, 돌아가는 일이 이상하지 않도록 제때 정확하게 감사를 하는 것, 이게 국가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p.327

자동차 튜닝 중에서 동력계 튜닝을 하고 나면 꼭 후속으로 하는 게 브레이크 튜닝이다. 엔진 힘이 세졌는데, 브레이크가 옛날 그대로라면 좀 불안하지 않겠나? 잘 달리면, 잘 서는 것도 잘 해야 안전하다. p.335

지금 우리의 감사와 감사 조직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공을 세우게 된다. '견제와 감시'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 회사가 감사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상황, 이건 정상적이지 않다.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에서는 1차적으로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부 고발자가 뭔가 얘기해야 겨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찾게 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 전에 감사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해야 한다. p.341

공기업의 사외이사는 기본적으로 '나눠 먹기'가 어느 정도는 관행으로 정착을 하였다. 추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인보증', 사람을 통한 보증이 작동하는 원리다. 누군가에게 고맙고 미안한 상황이니까,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가 어려다. 정부나 정부기관의 폭주를 막기에는 너무나 미약하고 구조적인 한계를 가진 상태로 공기업 사외이사제가 움직인다. 과정은 부드럽지만, 사회에도 부드러운 일은 아니다. p.342

'학자적 양심'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군사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학자들이 적지 않고, 그들이 가졌던 힘을 이 사회는 학자적 양심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IMF 금융위기 이후 '전문가'라는 개념이 급부상하면서 학자라는 말을 점점 덜 쓰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전문가에게는 전문성만을 요구했지, 양심을 요구하지는 않게 되었다. p.367

처음 읽었을 때는 왜 '국가의 사기'인가 싶었다. "국가가 사기치는 게 없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읽다보면 사기임을 깨닫게 된다. 대놓고 사기치지는 않지만, 사기를 방조한는 의미에서 말이다. 곪아가고 있고, 죽어가고 있는데, 마치 팔짱 낀 채 죽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그런즉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으로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이는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됨이니라" 엡 4:25 

참된 것을 말하지 않는 것.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 이것 또한 사기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괜찮다" 말하며 속이는 동안, 그 속는 동안 우리는 '안 괜찮았다!'
OECD 자살률 1위, 획일화시키는 비이성적 교육과 사회, 물질만능주의, 노력보다는 투기, 뒤틀린 성공에 대한 신기루들이 아픔의 신호들이다. 우리는 괜찮지 않았다. 그들의 괜찮음과 기준이 다르다!

   '국가의 사기'. 이 책을 다른 의미에서, 하나의 국사책으로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역사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과거를 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선택했더라면 좋았을지 비판하듯이, 동일하게 '사기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과 과거의 행적들을 평가하고 비판하며 다른 방향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냥 빠르게 읽기에는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림 그리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읽고 가십거리에서 멈추지 않고 분노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읽을 것을 권한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끈기 있는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라기는 먼저 폭로하는 포인트들을 짚고 연결선을 찾고, 그런 그림이 그려진 이후에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숲을 먼저보고 나무를 연구했으면 한다. 먼저 전체적인 밑그림을 파악했으면 한다. 반면에,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모르는 용어와 흐름이 많기 때문에, 꼼꼼히 공부해야 넘어가는 스타일의 독자에게는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포인트를 잡고 그 포인트를 나중에 알아보기를 권한다. 
    궁극적으로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정치*사회를 신뢰하지 않는 시각을 갖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대다수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꺼버리기 때문이다. TV에서 나오는 정치 얘기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가타부타 얘기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토로하지만, 정확히 파고 들어가면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부분에서 분노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막연한 대상에 대한 화가 아니라 정확히 알고 분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그러했기 때문에 더욱이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분노할 대상을 찾으면 분명한 본인만의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분노하기 때문에,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기 때문에 앎의 대가를 지불하는 학자적 양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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