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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그 산의 미화원』이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왠지 깨끗한 느낌이다.
책 장을 몇 장 넘기고 나서 나는 '제목이 왜 이러지?'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목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이 소설을 내용을 알고 제목을 다시 보니 제목을 잃어버릴 수가 없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한주'는 30대 주부이다. 그녀는 결혼한지 10년이 넘었고 경찰인 남편이 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3번의 바람을 피웠다. 그리고 남편에게 2번 걸렸다.
처음 걸린 것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어서 남편이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 빌었지만 남편은 그녀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머리에 바람길을 나게해주겠다'고 협박을 했다.
그래서 한주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30대의 젊은 불륜녀.
통속적인 이야기이다. 남편인 정수는 내가 생각할 때 그녀와는 좀 반대다. 무뚝뚝하긴 하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나름대로 가정에 충실하며 본인의 직업에도 충실하다.
그는 한주에게 실망하며 분노한다. 그래서 정말 죽이고 싶어한다.
한주는 그를 피해 산 속으로 달아난다. 거기서 목 메달아 죽으려 한다. 산 꼭대기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는데 그 곳이 바로 산 속에 있는 화장실 청소이다.
작가는 그녀가 변화되는 과정을 산과 화장실을 통해 소설로 써 내려 가고 있다.
소설 속의 산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사실적이고 아름답다.
난 이 부분에서 이 소설에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산이 모두 이 소설 속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면서 한주의 삶 또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간다.
물론 그녀의 욕정이 아주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니다. 남편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 산 속까지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고 봉투를 던져 놓고간다. 그 안에는 케이파이브 권총이 들어있었다. 불륜을 저질렀다고 죽어야할까? 한주는 남편이 자기를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와서 죽일 것만 같다.
소설의 내용은 그다지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에 없어져야할 불륜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불륜을 다른 소설들에서 처럼 미학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나는 이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한주의 불륜은 사랑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저 욕정에 이끌린다.
그래서 가볍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주를 악마라고 표현한다.
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공들여 쓴 작가가 대단한 것 같다.
그 만큼 이 소설의 문장은 아름답니다.
"문득 저 거친 우주의 짐승의 등에 올라타 험한 화강암 갈기를 움켜잡고 달빛 가득한 화강암 웅덩이로 풍덩 들어가고만 싶어졌다. 다시 수면 위로 나올 적이면 한주와 우주의 짐승은 온몸에 달빛을 당밀처럼 바르고 검푸른 허공에서 홀로 금빛으로 빛나리라. "
98P
"꽃잎들은 이미 전에도 계곡에 몇 차례 쏟아져 내렸는지 물의 흐름이 고요한 곳은 수면이 분홍색 보자기로 덮어 놓은 것 처럼 꽃잎으로 빽빽했다. " 119P
이 소설 속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다. 물론 내용은 그다지 기분 좋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는 불륜의 소재를 무겁지 않게 표현했다.
나는 그 부분도 좋았다. 산 속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한주에게는 어떻 변화가 생기는 걸까?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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