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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ㅣ 문학인 산문선 3
김동현 지음 / 소명출판 / 2023년 5월
평점 :
김동현 작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라는 섬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김동현 작가의 제주 4.3사건의 생각이 담긴 깊고도 의미있는 산문집이다.
그는 제주 4.3문학과 일본 오키나와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제주 4.3과 오키나와 전쟁, 그리고 그 문학들의 비교글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제주 4.3 특별법은 '제주 4.3사건'을 이처럼 정의하고 있다.
본문 150 페이지
제주 4.3은 4월 3일 하루동안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기나긴 세월동안 일어난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이다. 제주인인 작가는 제주 4.3을 끝나지 않은 역사라 말한다. 그리고 기억되지 못한 '기억'이라고 말한다. 또한 4.3사건의 가해자는 국가라고 말한다.
일제시대가 막을 내리고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이념문제로 서로 다른 길을 가야했다.
"근대 반공국가 대한민국이 수립은 '제주'라는 이데올로기적 희생양을 필요로했다. 그런 점에서 제주 4.3은 '우연한 학살'이 아니라 냉전과 분단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 발생할 수박에 없었던 '필연적 학살'이다. 이러한 피의 대가로 세워진 것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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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에는 제주 4.3을 다룬 많은 제주 작가의 소설들이 등장한다. 그 중 김석범의 『화산도』와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많이 다루고 있다. 제주도 출신의 작가들은 문학적으로 제주 4.3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이 두 소설은 나중에라고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역사적으로 반공국가 시절이 있었다.
그 시대에 왜 국가는 제주를 희생양으로 삼아야만 했을까?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섬사람들을 비국민으로 생각했을까? 그래서 그들의 희생을 가볍게 여겼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제주 4.3의 역사를 국가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밝히기 싫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작가는 분명하게 말한 다. 제주 4.3의 가해자는 국가라고 말이다. 이승만 정권은 가혹하게 제주사람들을 사살했다. 제주사람들은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했다. 그래서 작가는 제주 4.3을 현재진형으로 말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역사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작가는 제주 문학과 오키나와 문학을 연구한다. 오키나와 전투는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에서 벌어진 전투라고 한다. 전쟁 직후부터 1972년까지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그후 일본에 반환되었다.
1960년대 말부터 오키나와의 미군부대가 제도주로 이전할 거라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제주도는 또다시 찬반의 구도가 불붙었다. 다행히도 미군부대의 이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작가는 제주에서 글을 쓴다는 일을 '제주'라는 지역의 정체성과 '작가'라는 자의식, 이 두개의 질문을 동시에 던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순간, 대지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붙들게 만드는 힘. '제주 4.3'은 가장 강력한 중력이라고 말한다.
4.3은 화인이다. 문신이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숙명이다. 끊임없이 땅으로 곤두박지리게 만드는 중력이다. 추락이라는 마땅한 물리가 있기에 우리는 땅에 새겨진 피의 흔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바다 위에서 울부짖는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때로는 고통이 있고 악몽이었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자의 몸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죽은 자만 귀신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자도 반은 귀신이었다. 외면하고 싶어도 뿌리칠 수 없는 혈연이었다.
본문 11페이지
이 책을 통해 제주 4.3을 조금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제주에서 벌인 무력시위정도로만 알고있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제주도민들의 희생이 있었고, 국가의 치밀한 개입이 있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한(恨)이 되어 남을만 했다.
그들에게 제주 4.3을 끝나지 않은 역사이며 기억되지 못한 '말'로 남아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생각한다. 제주 4.3을 나는 기억했을까? 알고 있었을까? 아니었다. 아픈 역사.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앞으로 기억하고 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