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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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맡겨진 소녀』 는 아일랜드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클레어 키건의 중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최종후보에 오른 「말없는 소녀 」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키컨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있다. 이는 그가 24년동안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한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애정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의 이야기이다.

소녀의 집은 아빠, 엄마, 언니들, 남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엄마의 뱃속에는 이제 태어날 아이가 자라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여름방학에 소녀는 아빠를 따라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소녀는 여름을 보낸다. 몇달간의 생활에서 소녀는 집에서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과 정을 느낀다. 킨셀라 부부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소녀는 부부에게 아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 아이가 사고로 죽었음을 알게 된다. 집에 돌아가기 전날 소녀는 우물에 물을 긷다가 물에 빠지게 된다. 부부는 그런 소녀를 자식처럼 돌본다. 그런 부부의 모습에서 소녀는 친부모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소녀는 이제 막 태어난 동생을 만나게 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엄마는 소녀의 변화를 눈치채지만 소녀는 침묵한다.

영화의 포스터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 하다. 대문을 열고 돌아서는 킨셀라 아져씨에게 뛰어가 안기며 "아빠"라고 소리친다. 그 말이 뒤에 서있는 소녀의 아빠에게 하는 말인지 아져씨를 부르는 말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소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소설을 덮고 나는 영화를 찾아보았다. 국내에는 5월 31일에 개봉된다고 한다. 만약 영화를 본다면 소설의 글귀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많은 평론가들의 찬사답게 나의 가슴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사랑이 넘치는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소설 속의 킨셀라 부부의 집은 조용하고 아늑하다. 그 곳에서 소녀는 이제껏 자신이 느끼지 못한 사랑을 느낀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그 곳으로 데려간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 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힌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이 느껴지고 숨이 헐딱거리더니 심장과 호흡이 제각각 다르게 차분해진다. 어느순간, 시간이 한참 지난 것만 같은데 나무 사이로 느닷없는 돌풍이 불어 우리에게 크고 뚱뚱한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눈을 감으니 아저씨가 느껴진다.

97P

소설 『맡겨진 소녀』는 세상의 부모님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작가의 섬세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잔잔한 사랑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킨셀라 부부의 고요하면서도 따스한 사랑을 배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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