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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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한다. 그의 시는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준다. 일제 강점기의 안타까운 현실을 시인은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슬퍼하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의 그런 마음을 윤동주의 시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윤동주를 저항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그는 서정 시인이다.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는 책의 제목처럼 윤동주의 많은 시들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 따뜻함을 느꼈다.


책 속의 시 한 편


시집 속의 아름다운 시들과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



서시 (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는 우리에게 정말 잘 알려진 시이다.

시인이 이 시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의 숭고한 마음을 느낀다. 시인은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시대에 살면서 글로만 자신의 저항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고 있다.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러가겠습니다.

시인의 시대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던 그 시대 같았을까?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실 때처럼 그렇게 괴로웠을까?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데 시인이 살았던 시대는 희망을 노래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따스한 햇빛을 쫓아갔지만 시인은 햇빛을 만져 보지 못했다. 그 햇빛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시인은 기꺼이 십자가를 등에 지고 어두운 시대를 흘러가겠다고 고백한다. 어두운 시대, 천재적인 시인은 괴로웠을 것이다. 박두진 시인은 십자가를 읽고 윤동주의 순결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시라고 말하고 있다.



아우의 인상화 (印象畵)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이 시는 그의 다른 시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나는 시를 읽으면서 슬픔을 읽었다. 아우는 자라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슬픈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그들의 눈으로 본 그 시대의 사람들은 진정 사람다운 사람들은 없었던가. 아우의 슬픈 얼굴을 보고 윤동주는 과연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쉽게 씌여진 시 (詩)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은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영화 『동주 』를 보며 이 시를 읽고 감독이 그 영화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만큼 시인의 처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동주가 일본의 자취방 작은 창문을 통해 비 오는 거리를 내려다보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시인 윤동주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1931년 명동 소학교를 졸업하였다. 1941년 서울의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 있는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다시 도시샤대학 영문과로 옮겼다. 학업 도중 항일운동을 했다가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했다. 복역 중 건강이 악화되어 1945년 2월 생을 마쳤다.


나의 서평


앞에서 밝혔듯이 나는 윤동주를 정말 좋아한다. 이 시집 말고도 그의 시집을 두 권이나 더 가지고 있다. 윤동주의 시는 시대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과 시인의 저항이 조용히 묻어 나온다. 조용하고 너무 서정적이라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면 슬프다. 조용히 울부짖는 그의 모습이 아른거려 시를 읽으며 눈물이 나올 때도 있었다. 윤동주의 시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의 시를 읽으며 그가 살았던 시대의 아픔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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