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 기업인 박용만의 뼈와 살이 된 이야기들
박용만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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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와 두산 일로 그토록 많은 미팅, 행사, 출장을 다니면서 도대체 언제 이렇게 많은 글을 쓰고 어떻게 이토록 깊은 생각들을 한단 말인가?

혹시 구술한 것을 전문 글쟁이가 대필해 준건 아닐까?

하지만 그의 글에는 다른 이가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냄새, 독특한 어투, 독특한 멋과 맛이 있다. 그건 그가 이미 SNS 활동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에게 들켜버린 박용만표 체취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놀랍다.

그는 마치 예술가들처럼 일, 놀이, 가족, 회사 직원 뿐만 아니라 주변에 문득 스쳐가는 사람들, 사물들의 하찮은 흔적마저 슬쩍슬쩍 째려보는 습관이 몸에 밴 듯하다.

그래서 나는 세 번 놀랐다.

 

첫째 그 흔적들을 포착해내는 동물적 감각과 거기서 삶의 지혜를 얻어내는 그의 영악함에

둘째, 그 감각과 지혜를 담아내는 글솜씨, 말 그대로 솔직 담백한 입담에

셋째, 결국에는 그 많은 관심사들로부터도 자유롭기를 원하는 그의 철학하는 영혼에

놀랐다.

 

"미움은 결국 내 마음이 지불하는 비용이고, 용서는 내 마음에 쌓는 투자다."

이런 성찰적 대사가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장사꾼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인가. 설령 동분서주, 좌충우돌, 수많은 사람과 큰 사건을 겪어야 하는 대기업의 총수이기에 터득한 교훈이라 할지라도 그토록 깊은 함축적인 표현이 가능할까?

이건 문학, 미학, 수사학까지 공부를 마친 인문학자 혹은 철학자가 오랜 명상 후에 내뱉는 독백 같다. 것 참!

 

아마도 그는 사진찍기를 통해서 사물과 인간, 인간과 사회를 사색하며 바라보는 습관을 터득한 듯 하다. 그리고 그 사색을 혼자되는 시간에 바로바로 글로 옮기는 모양이다.

"나는 고독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고독한 작업을 즐긴다. ,,,,,내가 사진을 하기 위해 바라보는 세상에 나만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시선이 솔직해지고 내가 만족하는 시선에 나를 가둘 수 있다. .....글쓰기야 말할 것도 없다.

 

박용만은 데이트의 상대가 늦으면 화를 내지 말고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라고 코치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조바심도 행복입니다

 

그는 산부인과를 빼고 전과를 섭렵한 고장 투성이의 몸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한 쪽 눈동자에 8주에 한번 씩 주사를 맞아야 하고, 대장의 농양 제거 수술을 했고, 그렇게 좋아하던 테니스, 라켓볼, 스쿼시를 중단해야 할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그러나 그는,

장애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이 상태로 할수 있는 것이 너무 많음에 감사한다.”

 

박용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견고하게 다져진 자신의 판단의 잣대와 확신이 줄어간다면서, 그대신 세상을 다른 각도로도 볼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말한다. 나이와 권력을 버리고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면 얻는 게 많다는 말이다.

평등의 바탕위에 깨달은과 솔선으로 나이를 먹어야 향기가 나는 법이다.”

 

신입사원들과의 미팅에서 꼭 나오는 질문은 회장님은 꿈을 이루셨나요? 못 다 이룬 꿈이 있으신가요?’이란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과 같이 성장한다. 그러니까 꿈이 이루어졌다고 만족하는 것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일 생각하면 뿌듯하고 다가올 미래 생각하면 가슴 벅찬 매일이 이어지면 제일 좋다.”

 

감정의 경영학이라 그가 이름 붙인 아래 문장을 제대로 지키기가 지금도 어렵단다.

분노는 보일수록 비용이 증가하고 웃음은 보일수록 소득이 증가한다.”

 

그는 언제나 사원의 채용하거나 승진 여부를 판단할 때 얼마나 공부를 했고, 얼마나 일을 잘 했는가를 비교한다. 그 잣대가 마음에 안든다. 좀 더 과학적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채용과 승진은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니고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비즈니스에서 배웠다.

내게 가장 힘든 적은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되기도 한다

내 적을 감정적으로 미워하지 말고그가 왜 힘든 적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라.”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와 열망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장을 하면 성숙해지겠지만 사실 성장하는 과정도 성숙해야한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설정해 놓거나, 반대로 너무 힘들거라 미리 피하는 경우가 있다.

허영과 욕심을 목표라 착각하고 나태와 포기를 초월이라 착각한다.”

 

그의 책 속에서 무작위로 꺼내 본 아포리즘들이다. 모두 오랜 시간, 다양한 장소, 수많은 인간, 변화무쌍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축적된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는 이러한 아포리즘들이 오랜 명상과 깊은 성찰에서 나오는 게 아닌 척 한다.

그래, 어쩌면 어떤 신선한 경험이 그의 예술적 감수성을 건드리면 그의 뇌가 동물적 감각으로 철학을 하는 지도 모른다.

 

그에게 젊은 청년이 물었다.

저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 방황하고 있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눈 뜨고 일어나세요.”

 

어쨌든 나는, 아니 우리는 그의 글을 계속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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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고의 이진이다 - 학연, 지연, 혈연의 벽을 넘어 30대에 글로벌 기업 임원이 된 이진이 세상에 도전하는 법
이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최고의 이진이다.> 이진 지음.

 

제목이 영 밥 맛(?) 없었다. 자기가 최고라구? 불쑥 거부반응이 일었다. 지가 뭔데...얼마나 잘났는데......저자 소개란을 보았다. 학연, 지연, 혈연등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여자가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대기업의 전무가 되었단다. 오직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말이다.

더욱 싫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가 되었다구? 쳇, 그렇담 행운아일 뿐!

피나는 노력을 해도 ‘안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 아닌가? 아니, 피나는 노력 전혀 안해도 ‘되는 사람들’ 너무 많은 세상 아닌가?

그런 거부감을 안은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최고의 이진’이라는 말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 유머였는데, 미리 흥분해버리다니...

일진이 아니라 이진이라는....언제나 선두 아닌 두 번째 진영에서 일진을 향해 도전하는 희로애락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즉 ‘최고가 아님 어때? 최고를 향해 가는게 이토록 신나는데....’라는 겸손의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한 것인데, 나는 어리석게도 건방진 표현으로 보았던 것이다.

시작부터 나를 희롱한 책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읽기 시작했다. 단숨에, 후딱 읽었다. 재미있었다.

남의 삶을 엿보면서 그와 함께 성장하며 그의 영글어가는 사고와 철학을 교감하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한거로구나...하면서 말이다.

 

상급자A씨에게 자존심 구겨지는 멸시를 당하고 엉엉 울 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

“그를 통해 네가 네 모습과 행동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으니 그는 네게 부처임이 틀림없다. 그에게 감사해라.”

책에서 이렇게 부처같은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를 종종 만나게 된다. 어머니.....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의 최대치를 얻었을 경우 100퍼센트 잘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요.내가 원하는 것의 최대치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의 최대치의 중간을 찾는 겁니다..........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밑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상대방의 실수를 보면서 ’잘걸렷다‘ 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이익을 취한다면 훗날 반드시 해가 되어 돌아옵니다.”

부하직원이 제품가격협상에서 무조건 상대를 이기려하는걸 보고 던진 이진의 충고이다. 이렇듯 상식적인 말에 나는 감동한다. 너도 나도 신자유주의로 치달으며 뺏느냐 뺏기느냐를 가르치는 시대에 그러한 무한경쟁이 곧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는 길임을 체험으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튀어라, 그러나 반만 튀어라” “돈을 쫒지 말고 돈을 따르게 하라” “괴팍하고 고약한 삶이 성공한다”“당당한 척 연기라도 해라”“사랑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이진은 이렇듯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로 나를 감동시킨다.

왜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이야기가 처세술에 관한 책이나 교과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진과 함께 체험하고 사고하고 철학하면서 함께 얻어내는 교훈이기 때문이다. 그가 글을 그렇게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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