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어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깊은 이해가 느껴지는 책이다. 단지 한국어라는 개별언어가 아니라 언어일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겠지만, 일차적으로 고종석은 한국인이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도 대부분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일 테므로 이 책의 관심, 그리고 저자의 관심은 일단 한국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는 '모국어를 사랑하는 것이 민족주의자의 한 징표라면 나는 민족주의의 인력권 바깥에 있지도 못하다.'라는 저자의 고백에서도 읽혀진다.

한국어, 또는 언어가 이 책의 드러나는 주제, 일차적인 주제라면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 책의 숨어있는 주제, 이차적인 주제인것 같다.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몇편의 산문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유독 분량으로도 100페이지가 넘고 논리성에 있어서도 출중한 글인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라는 글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나머지 글들에도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여기저기 배어있다. 언어의 혼탁을 옹호하는 저자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에 비해 다른 글들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지만, 이건 역으로 <우리는모두 그리스인이다>가 매우 뛰어난 글이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그저 소문으로만 들었던 복거일의 영어공용화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복거일에 대한 고종석의 공개적인 찬사가 내게는 매우 놀랍게 느껴졌다는 것이데, 자신의 사상적 은사를 공표하고 그에 대한 찬사를 드러내는 것을 보거나 읽은 기억이 나로선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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