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 SERI 연구에세이 18
최재천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최재천 교수의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받자마자 후다닥 읽었다. 요즘 항상 그랬듯이 처음엔 좀 꼼꼼해 읽다가 후반에 가서는 속독을 해버렸다.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찾아내고자 했던 핵심내용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후 급격히 기대감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기대를 걸은 것은 ‘인생 이모작’에 있었다.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국가공동체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 책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급격한 고령화는 위험하다. 만혼, 만산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성의 사회진출,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는 바람직하다. 이민을 통해 인구감소를 대비해야 한다. 등.. 이런 주장 자체가 생소한 것은 전혀 아니다. 저자 생각은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있다고 생각된다.(이민 문제는 좀 다르겠지만)

문제는, 그리고 이 책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어떻게’ 인생을 이모작할 것인가에 있다. 이 책은 아쉽게도 그 문제에 답을 주진 않는다. 50세 이후에 새 직장을 갖으려면, 재교육이 이뤄져야 하거나, 일거리가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이 두 문제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재교육의 방법으로 대학이 재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검토할 가치가 있지만, 개인 차원에서 생각해볼 때 50세 즈음에 재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교육을 다시 받는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직업 재선택은 필히 젊은 세대와의 경쟁을 초래할 것이다. 저자가 본문에서 플렁키잡이라고 했지만 이런 일이나마 할 수 있다면 다행 아닌가 싶다.(추측이긴 하지만 저자가 이민을 통한 노동력 확보라고 얘기하는 것은 결국 이런 플렁키잡과 같은-사실 그보다 더 힘들고 보수는 적은-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거같다.) 플렁키잡이 아닌 보람도 있고 보수도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없다. 50대라는 나이도 그렇다. 이때가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자, 가장 수입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직업의 재선택은 사실 도박이다. 노인의 인생이모작은 여생을 보람있고, 가치있게 살기위한 방안을 찾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젊은 경제주체 세대와의 경쟁은 피해야 한다. 그래야 세대갈등을 피할 수 있다.
만혼, 만산에 대해서도 그렇다. 나 역시 만혼,만산이 생물학적으로나 국가공동체(?그런게 있긴한가 싶지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적잖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텐데도 만혼,만산이 만연한 이유는 개인 차원의 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만혼만산이 더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출산에 따른 보상보다 고등교육이나 직업경력을 통한 개인적 노력에 따른 보상이 더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로 볼 때는 결국 이런 현명한 개인들의 경쟁은 제로섬게임이 되기 때문에 만혼만산이 현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개인의 이기심을 사회적 에너지로 삼는 자본주의체제에서 기인한다. 여기까지 다 아는 사실이다. 아마 최재천 교수도 잘 알고 있을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은 너무 취약하다. 켐페인을 계속한다? 켐페인도 해야겠지. 하지만 결국 정책적 해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읽은 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은 생물학적,인구학적 차원에서의 사회변동과 그 심각성을 생각해보거나, 남성여성의 역할, 단일민족의 허구성을 깨닫는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거라고 조언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