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무렵 몽촌토성에는 깍아 놓은 잔디로 마른 건초냄새가 가득하다. 민둥산이 된 토성에는 저녁사냥을 나온 까치떼가 벌레잡이에 바쁘다.
걷기를 시작하면 처음엔 마음속으로 걸음수를 헤아리다 집중할수록 그마저 잊어버리고 머리를 비우고 걷기에만 집중한다.
떠오르는 상념하나,
개미와 베짱이,
독서회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인과 못다한 책이야기를 나눴다.
개미의 성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더러는 일만하는 개미보다는 음악에 재능있는 베짱이가 요즘 세태에 맞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다. 그것이 맞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기도 한다.
며칠 전 ebs다큐멘터리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주의 폐농가를 수리하여 사는 은퇴자가 한 말이 기억을 스친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지인의 제안으로 해녀할머니가 살던 폐가를 무상으로 수리해서 사는 대신 5년후에는 집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한다.
건축가와의 인터뷰에서 그 은퇴자부부는 자신의 손으로 고친 소중한 집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하면서 자신들은 그 집을 고치는 과정을 즐긴 것이고 5년후 그 노하우로 새로운 폐가를 즐거운 마음으로 고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성실이란 어떤 의미로 보자면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비록 매 순간 즐겁지는 않더라도 때로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순간을 견디며 묵묵히 그 과정을 수행해 나가는 것!
남이 알아주면 좋고 아니라도 나 자신이 알고 있기에 더 갚진, 개미와 베짱이가 주는 작은 교훈이 작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준다.
그래서 성실함이란 걷는 행위와 닮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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