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시칠리아가 어딘지 찾아봤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다행히 간단히 설명해줬다. 제주도의 10배쯤 되는 이탈리아 남단의 섬이라고. 지중해의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인 것 같았다. 책 한권 내내 바다 사진을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책 제목처럼 '퐁당' 빠지고 싶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콕 중인 내게 숨 쉴 구멍같은 책이었다. 여행에세이는 늘 정말 좋거나 되게 별로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충분한 공감을 하면 꽤 오래 기억되곤 했다. 이 책이 그런 책이어서 다행이었다.작가는 늘 같은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곳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가보지도 않은 곳에 대해 그리워했다고 써있는데 그 말이 참 좋았다. 한달을 여행한 것이 담긴 책이니 이런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 설렐 것 같았다. 작가의 여행 방식때문에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다른 여행서처럼 여행의 정석이 따로 없고 되는대로 해나간다는 점이 재미있고 웃프기도 했다. 나름 계획을 짜서 떠나는데 우여곡절이 참 많다. 여행하다가 후회한 경험, 관광에 실패한 경험, 사전 조사의 부족 같은 것들을 풀어내며 본인이 얼마나 답답했을까마는 나는 정말 재미있고 그곳에 마치 내가 함께 가있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대중교통의 시간 텀이 길고, 관광지는 일찍은 문을 닫는 곳에서의 여행이 순탄할 리 없었다. 작가는 몇번이나 같은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삶과 잘 맞다는 말을 했다가도 이런곳에서 살라면 못살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 독자가 보기에는 그런 생각이 현실적이고 상상하면 재밌는 것이다.작가는 걷는 여행을 좋아해서 걸었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는 오지 않고, 안내판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무성의한 관광지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관광객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도시가 끌리는 것 같다. 관광객들에게 기다렸다는 듯 잘해주고 여기저기 호객행위를 하는 입간판들이 싫다. 시칠리아는 있는 그대로를 담은 도시 같아보였다.이탈리아는 간단식까지 포함하여 하루 5끼를 먹는다고 했다. 와...이러니 먹으러가는 곳이라는 소리가 나오지..어쩐지 사진에 먹을게 많더라니. 라구사에서 머물 때 지냈던 마르코의 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객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마크코는 바로 집 앞에서 유기농 레스토랑을 하고 있었고 고양이 심바도 키우고 있었다. 자신이 머문 숙소에 대한 내용이 많지는 않았는데 이 곳과 마르코가 정말 좋았었나보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이 귀찮아지는 여행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조금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심바의 사진이 너무 예뻐서 부러웠다. 나만 고양이 없어...가장 가보고 싶던 곳은 천공의 도시 에리체와 도자기 말을 시아카였다. 에리체는 사진만 보아도 꼭 내가 신이 된 것 같았다. 유적지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낯설고 두근거릴 것 같았다. 시아카의 도자기마을도 각종 타일과 도자기 접시들이 붙어있는 벽을 보며 것는 기분을 떠올리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가가 왜 시칠리아로 떠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사진을 포기하지 못하고 내내 찍어댔던 것도. 이 책 한권은 나를 거기에 데려다 놓았다.그녀가 '호텔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주제로 글을 썼다는데 그 내용이 책에 없어서 궁금했다. 나는 남편과 어제 시칠리아에 가자는 대화를 조금 나누다 잠들었다. 꿈에서 바다를 보았는데 사진 속 시칠리아였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