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 - 8세, 18세, 22세에 찾아온 암과의 동거
손혜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 삶에서 죽음을 걱정하는 때는 건강이 나쁠 때, 아이가 아플 때 정도일까. 죽음과 인접한 적도 없다고 늘상 죽음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마치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일처럼. 나는 죽음을 잘 모르고 있었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8살에 소아암, 18살에 희귀암인 GIST, 22살에 GIST재발을 겪었고 지금까지고 치료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아팠던 삶을 담은 일기장이었다.

​

아프지 않은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았던 그녀는 삶이 꼭 행복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같다. 행복할 때가 있으면 행복하지 않은 때도 있지. 사람은 누구나 고통받으며 사니까. 그 고통의 영역만 다를 뿐이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아픔과 슬픔과 죽음의 고비들이 있었을지 감히 내가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마음가짐은 크게 배울만 했다. GIST가 GIFT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그간의 아픔들 잘 모르더라도 감동받기에 충분했다. 병을 선물처럼 느낄 수도 있다니. 얼마나 아파야 얼마나 그 고통을 겪어야 도달할 수 있는 생각인걸까.

​

삶과 죽음 사이를 걱정하지 않아서인지 내 고민은 늘 가볍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만 알게 되는 것도 있는 걸까. 그런의미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책으로 삶을 되돌아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을 목도하는 사람만이 하는 생각들을 난 손쉽게 읽을 수 있으니까. 어쩌면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할테다. 나는 좀 더 현재를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녀가 책에서 하는 말들도 결국은 그런 뜻이었다.

​

대한민국 암 발병률 1위라는 보험광고가 자주 나온다. 100세시대로 가면서 어지간한 병은 현대의학으로 다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암에 걸려야만 죽게 될 수도 있다는 칼럼을 본 적이 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 암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돈도 많이 들고 아프겠지, 죽을 수도 있겠지, 그럼 애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에 답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조금 더 현재에 집중해야하니까. 미래를 위한 생각은 보험료 내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

버킷리스트에 '병원에서'가 등장하는 아이가 없다는 말이 마음아팠다. 자신은 '병원에서 수술 받고 건강하기' 같은 항목이 있었더랬다. 그녀의 일상에서 병원이 멀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버킷리스트에 병원이 아닌 더 넒은 세상이 등장하면 좋겠다. 이 책이 그 한 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제는 건강하자. 작가님도, 우리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