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법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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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책방의 김금희 작가편을 듣고 2016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사서 읽게 되었고, 결국.. 오한기 작가를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실린 '새해'를 읽어버린 것이다. 무슨 끝판왕도 아니고, 작가 개성에 따라 여러 맛이나는 작품들을 연이어 보는 즐거움에 취해 있다가 마주친 작가의 작품은 실로 놀라웠다. 이 지극히 문학적인 소설을 어쩌면 좋을까. 이건 어떤 맛이라기보다, 짜지 않은 소금을 먹은 것 같은 황당함, 신기함, 어쩌면 조금은 경이로운 기분이었다. 
 
 85년 생이면 나보다도 어린데 어디서 무얼 먹고 보며 자랐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오한기 작가를 가리켜 한국문단의 김기덕이라는 정지돈 작가의 유명한 비유를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후장사실주의라는게 도대체 어떤 사상인지 감도 오지 않지만(배설의 문학이라는 뜻인가?) 무언가 아무말대잔치(..)같은 그의 문장들에 실려 떠내려가는 데에는 확실히 매혹적인 면이 있다. 거인의 나라에 들어선 미물이 된 느낌이랄까. 어쩌면 작가의 하룻밤 꿈 속을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속 나의 존재는 엄청나게 현실적이지만, 주변은 도무지 제정신이 아니다. 그들은 마음껏 비웃고 침을 뱉고 총질을 해댄다. 나는 그저 멍하게 그것들을 바라볼 뿐, 엄청나게 무기력해서 엄청나게 현실적이다. 나는 나약하고 비겁하니까. 하지만 재밌는 것은, 그 수많은 방해에도 나는 절대 글을 쓰는 일만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모든 난리의 시초가 그 '쓰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을 텐데도 결코. 그러다보면 그 난리를 처음부터 부추기고 지켜보고자 했던 것이 애초에 나의 의도였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과정은 소설 쓰기로 귀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이야기 쓰기에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라면 이 이상한 소설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오한기 작가가 마치 메타 소설계의 톨킨같다(...)고 느낀다. 어떤 작가가 '글쓰기' 라는 문학의 본질에 '판타지'라는 장르적 요소를 이렇게 묘하게 볶아낼 수 있을까 말이다. 어쩌면 비약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소설쓰기'에 온 정신이 팔려 약간 이상해져버린 작가의 단순한 의식의 흐름에 내가 너무 깊이 감화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전혀 직선으로 나가지 않는 이야기의 방향성 사이로 불쑥 불쑥 드러나는 작가의 문학에 대한 태도를 엿보는 일도 즐겁다. 자꾸만 해석하고 싶고 찾아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과연 훌륭한 독자를 만드는 작가가 아닌가...싶다. 아주아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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