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란다
채만식 원작, 박상률 엮음, 김세현 그림 / 진달래산천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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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람을 당한다.
소년은 스스로 자라지 않으면 안되던 시대였다.

현실 앞에 무등한 아비와 이상 앞에 달뜬 장남을 대신해,
죽음 앞에 무너진 어미와 생존과 다투는 동생을 걱정하며
소년 영호는 어쩔 수 없어서라도 자라야 했다.

해방은 전재민을 싣고 달리는 열차처럼 큰 소리 내며 달려왔지만
그 열차 안 소년이 앉을 자리는 호락호락 나지 않았고
그나마도 그의 아비는 결국 어리숙하게 놓치고 만다.
민주주의는 술시중값으로 쥐게 된 백원짜리 지폐처럼 확고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비열함 때문에라도 오지 않으니만 못했다.

그렇게 소년은 자랄 수 밖에 없어 자랐고
그 소년이 청년이 되었는지 어른이 되었는지는 소설에서 밝히지 않는다.
그저 그 거친 성장기 만에, 그 기특한 성장통만이
판화로 찍어낸 민중화처럼 힘차고 옹골지게 보여질 따름이다.

작가 채만식은 그 제목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해방을 열망해서 해방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갈구해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사람들의 역사가 아닌, 그저 자라야해서, 자라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 시대 소년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200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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