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 양장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어떤 어머니에게 열 명의 아들 딸이 있다 하더라도
그 중 넷째나 다섯째쯤 되는 딸애가 죽어라 말 안 듣고 애를 먹인다 하더라도
착한 아이 아홉만 데리고 몰래 야반도주를 해버리지 않는다.
그 넷째든 다섯째든 아이를 인신매매에 넘기지도 않고
독살시키는 일 따위도 결코 하지 않는다.

말 안 듣는 아이 수천수만명을 폭우에 쓸려가 죽게 하고
순종하는 아이 너 댓만 데리고 햇빛 따스한 곳으로 도망쳐 살게한
하느니의 파쇼를, 그래서, 나 자궁 가진 여성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자궁만이 아니라 피와 살을 가지고 음식을 삼켜 에너지를 내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이를 쉽게 납득하고 동의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필시 사람의 아들이다.
사람의 아들 밖에 안되지만 질투심 많고 무자비한 신의 아들로
입양되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촛불집회 군중 중에서 땅바닥에서 버둥대며 떼쓰는 꼬마의 고집과 치기를
들추어 보였던 작가는, 오래전 인간에게 있어 '신'의 문제 들추어 보였더라.

필력보다도 그 용기가 아름답고 그 방대한 자료들이 면밀하고 거침없다.
소설가가 시대를 향해 무엇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보다도
얼마나 진중하고 신실한 태도로 임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200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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