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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준비하고 있었다.
달큰한 아지랭이 같은 삽화가 곁들어여 있긴 했어도
분명 이 책에도 민족적 수난과 갈등, 반목과 화해 같은 것이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을 터이므로 그에 맞게 감응해야지, 하고.
긴장을 지킨 듯 하다가도 바보군인 아저씨의 혀짧은 경례소리며
똥똥한 친이한테 쥐 넘기는 모습이며, 일부러 줄에서 떨어진 곡예단 누나 대목에서
그만 웃기도 하고 넋없이 해맑은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아니지 아니지. 뭔가 있을 거야. 뭔가 또 가슴을 갈코리로 잡아채며
마음 아리게 하고 참회하게 하고 그래도 어와둥둥 다시 손잡게 할거야..
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기고 나니 비로소 착한 동화책임을 알았다.
동화책은 무릇 상상력의 대역폭을 넓혀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은 그저 옛날엔 잘도 생각하고 행동하고 하던 것을
그저 잠깐 들추어 내어 상기시켜주기만 해도 되는 것인데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으며 새롭게 갱신하고 가다듬고 자라는 것에 비해
어른들이 동화책을 읽고 정화하고 재정비하는 것은 게으르고 더디다.
아이들이 동화책 읽고 깨우치고 느끼는 것, 반만하자 어른들아.
(200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