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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평점 :
좋든 싫든 손님이 닥쳤다.
반가웠거나 기다렸거나 간에 손님이 와서 여러 날 머무르고자 하면
당장 그 날 저녁 찬꺼리부터가 걱정이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이라 한 숟가락 더 느는 것도 여사 걱정이 아닌데
순박한 시골 영감님은 안방까지 내주는 바람에 노부부는 건넛방에서 골병 들고
아이들은 굶주린 배가 더 곯는다.
작가의 말대로 맑시즘이나 기독교 모두 근대기 초입에 들이닥친 우리네 손님이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왜 저렇게 훈훈한 단어를 갖다 붙였을꼬' 싶지만
그 시절에는 '손님'이란 말이 지금처럼 정겹지마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공동체'여야 옳았고, 남의 집 장독 갯수까지 꿰차고 있던
마을 단위의 거대 가족이어야 맞는 것이지, 낯선 복장 낯선 말투의 손님이란 것은
반가움이라기보다는, 좋게는 호기심 나쁘게는 경계심으로 시작되어서
궁극에는 분란과 갈등, 편가르기와 복수로 끝나는 불씨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손님은 떠나가는 손님일 뿐이다.
마을 터잡이들이 그 분란에 얼반 다 죽거나 떠났거나 했어도
누군가는 당대가 살아남거나 후대가 남거나 하여
고단했던 손님치르기를 회고하고 끼워 맞춰보고 털어내고 용서하고 하는 것이다.
바로 거기까지가 진정한 시대의 주인장들이 완수해야할 손님맞이가 아닐까.
아직도 손님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참된 주인 노릇은 못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2008.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