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시선 - 달과 술의 연인 현암사 동양고전
이백 지음, 이원섭 옮김 / 현암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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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발을 딛은 현종이 손바닥 위에 양귀비를 올려놓고 반 신선놀음을 할 때
이백은 바람 위에 앉아 구름 모자를 쓰고 달을 벗삼아 시를 쓴다.
그림자까지 더해 셋이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취기가 한껏 오르면
시인이 노래하고 달은 하늘을 서성이고 그림자까지 따라 춤추니
고독이 무엇이고 근심이 무엇일까.

누군가 이백을 두고 일컬었다는 '적선', 즉 '귀양 온 신선'이란 말이 딱 맞게도
신선계에 살기에는 전쟁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녀자의 애끓는 한숨소리가 너무 잘 들렸고
그렇다고 인간계에 살기에도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의 우매함에 대충 섞이기 힘들었으니
결국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하늘과 땅을 오가며 구름과 종이 위에
시를 쓰다 갔다.

그러자면 죽어 돌아간 곳은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닐 듯 싶은데
돈 한 푼 안 들이고 얻은 청풍명월 안에 꽃으로 담근 술이 익어가는 내음으로
하늘과 땅 가운데를 흘러 다니겠지.

(200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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