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화려한 살인, 현학적 은유와 수사로 치장된 비장한 살인이 큰 볼거리다..
베네치아 곤돌라의 아름다움이, 주인공 흑란이 민첩하게 해보이는 검술의 아름다움,
많은 비밀을 간직했던 고급창녀 루차나 살리에스트리의 풍성한 머리칼의 매력 역시
그 화려함의 연장선에서 손에 잡힐 듯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연쇄살인 추리소설이라기에 너무나 찬미적으로 심오하다.
장갈하게 함축된 열정, 폭발하듯 격정적인 침묵이 마치 오페라 클라이막스가 끝난 뒤
박수가 터져나오기 직전의 정지 상태와 같은 긴장과 감동을 전해준다.
피와 진흙이 뒤엉킨 혐오스런 살인이긴 해도 그 안엔 엄숙한 경건함이 깃든다.

바로 예의 그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단테의 시들로 인해, 크리스털 드레스로 인해, 금빛 셔츠의 한껏 부푼 소매로 인해,
단 한 번 여행한 적 있는 베네치아의 그 고풍스러우면서도 자유로운 아름다움을
추억함으로 인해, 바로 그 모든 아름다움들로 인해 장편소설 속 다양한 감상들은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흥취 안에 녹아버리고 만다.

(20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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