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약력을 읽어보니 예술과 문화 관련하여 재능 없는 부분이 없다.
표지처럼 다정하고 순박한 일러스트가 내심, 그래서 기다려졌다.

딱 한 장이었다.
'일인실로 옮겨지면 이제 틀린 거'라던 그 병원 독실에 누운 엄니가
마리오네트처럼 각종 호스로 연결된 채 심전도 싸인을 통해서만
그저 살아 있음을 증명받고 있던 바로 그 그림.

아니다. 우리 엄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코안경에 스카프를 둘러묶곤 남보다 자신이 더 웃겨 죽는 바보춤을 추고 있어야 하고
앓아누운 내 매트리스 머리 맡을 떠나지 않은 채 찰싹찰싹 고스톱을 치고 있어야 한다.
장아찌 된장을 뒤척이고 값싼 연근이라도 꽁지까지 남김없이 썰어담고
뿌요뿌요 게임을 하거나 누구니 몰라도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아 앉혀야 한다.

설령 그것들이 '엄니'의 항시 모습 또는 본래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그냥 그것이 엄니라고 믿고 살 기세다.
엄니가 그러기를 원할 것이고, 나 역시 그래야만이 가끔 속상한 일로 눈물 흘려도
엄니의 돼지고기 찌개를 푹푹 떠먹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엄니들에게, 내가 나이드는 것을 감춤으로써
무한한 생명과 건강을 보답할 수는 없다.
철마다 새이 바뀌는 도쿄타워에 모시고 간다고 해서
엄니의 행복을 보장할 수도 없다.

엄니는 내가 곁에서 그냥 초밥 한 통을 다 먹어치웠을 뿐인데도
마음 속으로 도쿄타워를 다섯 번은 넘게 갔다 오셨다.
엄니가 내게 있어서 엄니여서 좋을 모습으로, 나는 눈물을 멈추고,
엄니를 기억하리라.

(200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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