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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단편 가운데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였는데
재혼한 남편이 아이들과 모친 때문에 본처가 있는, 그의 명의로 된 집에
다녀가곤 하는 이야기이다.
단편들의 모든 주인공은 그림같은 결혼생활에서 다들 한웅큼씩 비어있는데
아예 독신주의자거나 게으른 노처녀, 불륜이거나 남자친구의 조카를 유혹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이 편의 주인공들은 재혼이기는 하나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부부,
그러니까 행정적으로도 깔끔하게 부부가 맞고, 감정적으로도 서로 위안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가장 이상적인 부부이다.
그러나 작가는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이상성 때문에
주인공 아내로 하여금 후실이나 애인처럼 스스로 느끼게 만들어 버렸다.
미사리 까페에서 중년 남녀가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 있으면 불륜이고
멀뚱히 마주 앉았다 별 말도 없이 나가면 부부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침 그 얘기를 해준 사람은 지금은 남편이고 그때 우리는 애인관계로써
미사리 까페에 앉아 다정한 눈빛을 나눌 때였다.
설레고 행복하고 다정하면 정상적인 오랜 부부가 아닌가?
그럼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는 어떤 긍정적 성향이 생겨나는가.
의리? 책임감? 연대의식?
.. 결혼 11개월차가 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라 우선 덮어둔다.
(2008.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