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유승훈 지음 / 살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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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지하주차장 기사 대기실 같은 골방에 패거리들과 둘러 앉아
담배를 뻑뻑 펴가며 화투패를 쪼는 상상이 우습기에 책을 펼쳐들었다.
실로 태조 이성계에서부터 많은 사대부는 물론 러시아 문화 도스토예프스키까지
친구, 하인, 기생들과 어울려 격구, 투전, 룰렛을 즐기며
마누라 옷까지 노름빚으로 잡혔더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한 시대 속 도박꾼의 비중이 마치 동성애자 비율이 그렇듯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야, 노름 또한 김홍도의 민화처럼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삶의 풍경이겠으나
국가가 기를 쓰고 강원랜드, 경마, 로또 등의 사행사업을 권장하고 있는데야
그 문제가 어찌 기막히다 아니할까.

이런 저런 감상으로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책 자체의 상품성은 중저 점수다.
약간의 대중성을 의식한 논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북디자인은 성의없고,
사진과 그림 해상도는 조악하다.

나 역시도 호모루덴스의 후예인지라 책 제목과 내용만 설핏 보고
숨은 보배같은 책이 아닐까 도박을 해본 셈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화투패 자체도 아름다워야 맛이다.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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