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 시간 이동하는 KTX 안에서 읽어야 하는 책이기에
내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 중 가장 두꺼운 책을 골랐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대다 우연히 영화 예고편까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첫 장을 펼쳐드는 수간부터 시각과 청각까지 몰입해 들어간다.
그리고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오백육십네장 내내.

한 사람의 성장기와 한 시대의 세계사가 맞물려 펼쳐지는 것은
마치 황석영의 <바리데기>와 같다. 그것의 남성판 같았달까.
개인사적 갈등의 전모, 어쩌면 갈등의 시작이 드러나기 전에는
이것이 남자와 여자의 공격하고 보살피는 식의 대립처럼 여겨졌으니까.

서투른 바바의 부정은 아내의 부재 때문에,
하산의 욕심없는 체념은 어머니의 부재 때문이었고,
극단적 자기 비하의 아마르는 아내 소라야를 거쳐 정화될 수 있었다.
떠났던 어미 사사가 돌아와 손자 소랍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듯
남자들이 전쟁을 내고 거짓말을 하고 강간을 하는 동안
여자는 용서하고 인내하고 기다린다.
모든 갈등은 여자 방식으로 해결되거나 잠잠해지거나 묽어진다.

하지만 벅찬 가슴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 이야기에서 그런 공식은 아무 의미가 없었으며 틀린 것이었다.

세계는 어차피 크고 작은 뜨겁고 차가운 전쟁으로 계속되고 이고
연을 쫓기 위해서는 일단 연 싸움이 일어나 한 가닥 연이 끊어져 나가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대신해 그 연을 쫓아 뛰어가는 행위에는 용기도 용서도 없다.
그것은 단지 기쁨, 행복, 충만한 즐거움이다. 천 번이라도 할 수 있는.

(20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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