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무여종 남짓한 매점 진열대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으로 골랐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부산으로 가면서 내내 읽어야 할 터였다.

인간을 초월하고 지구로부터 확장된 이야기를 천연덕스레 풀어내면서도
결국은 지구인에게 희망을 품고야 마는 베르베르의 작품인 것은 우연이었다.

사람을 떠나서, 서울로부터 벗어나는 내가 결국은 돌아갈 것을 아는 아이러니와
흡사 유사한 것은 순전히 갖다 붙인 해몽에 불과하다.
그저 나는 가장 두꺼운 책을 골랐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일천 이백여년 뒤라는 먼 후의 미래를,
십사만여명을 태운 우주선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규모를,
이백만 광년 너머의 우주행성이라는 아득한 거리를
나는 손에 쥘 듯 생생히 훑어내리면서 아마도 잠시는
현재와 공간과 방향감각과 지구식 감상을 잊었을 것이다.
적어도 얼마간은 그랬으리라.

그토록 머릿 속, 가슴 속 가득 슬픔 따위가 메워 찼음에도
베르베르의 그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에 나는 좀더
범우주적, 탈역사적 상상과 고민, 자성과 감상을 했을 것이다.
확실히 그랬다.

그것이 최고의 지구인 이야기꾼 베르베르의 힘이 아니겠는가.

(200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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