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토기의 추억 - 문학동네 소설 2001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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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짐작할 수 없다, 기억할 수 없다, 나아갈 수 없다, 버틸 수 없다...

그의 글에 나타나는 극중 화자의 이 할 수 없는 무력감 앞에
나는 목울대가 뻣뻣해지곤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말할 수 없다'고 토로하는 부분이다.
반백이 되도록 글을 파먹은 기자 출신의 관념소설가가
대개 그 자신으로 치환되곤 하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는 이것은 이러하나 이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라고 속울음을 우는데야
어찌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의 처연한 무기력은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화장>에까지 이어져있으니 혹자는 이를 두고
컨디션만 바뀌었을 뿐 캐릭터의 변함은 없다고 폄하했을 터.

그러나 그 할 수 없음의 할 수 없음을 그도, 나도 어쩔 것인가.
할 수 없음의 할 수 없음은 세상 천지가 다 알고 말글보다 몸이 더 알아
불 앞에 맨 몸뚱이로 나서는 나나 장철민이 더 무섭고 더럽다 말하는데
그것을 누가 추상이니 패턴이니 손가락질 할 것인가.
이 연민과 모성의 피멍을 누구라도 감당할 것인가 말이다.

피뢰침을 뽑아낸 해수관음마저 물과 불로 엉겨 질척거렸더랬다.

(200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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